리프트아시아

ㆍ구분	기획특집
ㆍ게재년월	2001-02

허술한 승강기 사고보고체계
부제목 : 정확한 원인분석 위해 현장보존 등 이뤄져야 게재월 : 2001년 2월호 국내 승강기 관련 사고보고 체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고통계는 빙산의 일각에 불구해 승강기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힘들고 정부당국, 제조 및 보수업계는 구조적 문제해결보다는 그때그때 미봉책으로 대처하다보니 이용자들은 항시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다. 가장 근본적으론 사고개념 자체의 문제와 취약한 현장보존, 사고 미보고시 처벌조항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고 미보고시 처벌조항 마련해야 최근 일본엘리베이터협회 발간지 에레베타가이(エレベ-タ界)에는 지난 98, 99년 2개년간에 걸쳐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인사사고 조사실태가 발표된 적이 있다(본지 이번호 52∼55쪽 참고). 이 결과를 놓고 봤을 때 한 가지 의문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 기술표준원이 지난해 발표한 ‘에스컬레이터 사고유형 조사분석 및 안정성 평가에 관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국내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이하 승관법)’이 시행된 1993년 이후부터 1999년 말까지 7개년간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를 집계한 결과 전체 승강기 사고가 1백21건이고 이 중 13.2%(16건)가 에스컬레이터 관련 안전사고로 나와 있다. 물론 일본과 한국이 설치대수 자체가 10배 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에 상대적인 수치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협회측 보고서내용을 대략적으라도 살펴보면 형식과 내용에서 너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연구기관이었던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도 연구용역본을 통해 ‘승강기 이용자 안전에 관한 요령’ 제2장 승강기 관리주체의 준수사항 중 제4조 ‘사고발생시의 조치’에는 승강기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관리주체가 승강기 사고현황을 당해 승강기 검사기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사고보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따라서 체계적인 승강기 안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사고보고가 빠짐없이 이뤄지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련인사는 “이번 일본엘리베이터협회 에스컬레이터 분과위의 보고내용은 비록 협회 가맹사만 집계를 낸 것이기에 전체 사고 중 20% 안팎의 누락이 있을지라도 그 충실도에 있어서는 국내 사고집계방법상 일본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사고보고가 확실하고, 발생장소별 건물내용별로 사고원인 및 인사사고의 정황이 명확하게 구분되어져 있다”며, “우리의 경우는 ‘승관법’ 시행규칙 24조의3에는 운행관리자의 의무사항만 있지 미보고시 제재사항에 대한 규정이 없어 얼마든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법적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있으나 마나한 규정으로 인해 사고보고 체계의 헛점을 드러내고 있음과 인명사고에 한정된 미흡한 사고자료로는 승강기 안전사고의 위험성과 실상에 접근을 막고있다고 보는 것이다. 더군다나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와 같은 곳에서는 급정지 등 아무리 경미한 사고라도 노출되는 것을 싫어한다. 익명의 한 업계 관련인사는 “인명손실 중 자체적인 해결도 많다”며, “인명피해 생겨도 작은 것은 거의 보도도 안되는 상태이고, 그냥 피해자와 합의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애들 손가락이 낀 사고도 치료만 합의되면 보고하지 않는다. 알려서 득될 것 없다는 것이다. 관리원의 엄용기 기술부장은 “승강기 이용자 안전요령에 보면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24시간 이내 해당 검사기관에게 보고해야한다고 나와있지만 안했을 때 처벌조항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고보고체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엄용기 기술부장이 말하는 개선점을 살필 필요가 있다. 그가 말하는 것은 일단 세가지 정도로 요약되는데 ▲사고개념의 재정립 ▲정확한 사고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사고 현장보존 ▲사고 미보고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제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개념부터 재정립해야 매년 119구조구급대의 통계수치가 전체사고의 10%를 승강기와 카리프트 관련사고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이도 흔히 발생하는 갇힘사고는 승관법에서 사고로 쳐주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엄부장이 말하는 사고개념의 정립은 결국 이용자가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것도 사고의 부류에 포함해야 하며, 이같은 개념은 외국의 경우와 같이 철저하게 고장개념과 사고개념으로 구분되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고장개념이야 제조사나 119구조대를 통해 의존적으로나마 알 수 있겠지만 언론에 안좋은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모두들 한결같이 쉬쉬하고 있는 데서야 정확한 사고원인조차도 집계할 수 없고, 이에 대처할 뾰족한 방안을 내오기란 힘들다. 현장보존위해 기관협조 필요 보통 사고가 나면 현장에 먼저 도착하는 것은 경찰이나 119다. 관리원과 같은 검사기관에서도 지원마다 사고조사반을 운영하도록 돼 있지만 그들이 현장에 도착하면 이미 사고현장은 말끔히 정리돼 있어 사고원인을 객관적으로 공개검증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렇게 현장보존도 안되고 이용자와 관리자, 업체 직원들은 책임전가에 급급하니 명확하지 않는 사고는 대개는 그 원인을 이용자과실로 결론내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래저래 이용자들만 봉인 셈이다. 제조사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보수사는 양질의 서비스를 공급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 이용자 중심의 고객편의를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사고실태를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이용자 안전을 얘기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밖에는 이용자들에게 비춰지지 않는다. 관련기관간의 공조협조가 반드시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없다. 일반인들이 “매년 자동차 사고로 인해 사상자가 수천수백명이 생기는 마당에 지난 7년간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16건 발생했다는 것이 뭐 그리 큰 문제며 그만한 사고 안나는 분야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명쾌하게 대답할 자신이 없는 것이 승강기 분야 종사자들의 처지다. 실상은 그렇지 않은 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