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급증’…문제점 ‘속출’
가격 덤핑, 기술력 부족 등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기술·품질이 기준, 도입 초 적극적 자세 유지해야

지하철 승강장의 소음 및 오염물질 차단과 냉난방 연료절감으로 승강장 내 쾌적한 문화공간 조성을 위한 승강장 스크린 도어는 국내에 유입되면서 ‘투신 방지용’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오는 2010년까지 PSD 1백31개, 안전펜스 1백75개를 단계적으로 확충하는 등 국내 스크린 도어의 시장규모는 증가하는데 반해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국내 승강장 스크린 도어의 현황 및 문제점 등에 대해서 다뤄보고자 한다.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
■글·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지하철 역사 내 안전·편의시설을 꼽으라면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휠체어리프트를 비롯해 승강장 스크린 도어 시스템(PSD : Platform Screen Door, 이하 스크린 도어)을 들 수 있지만, 과연 이용자를 위한 안전인지 면밀한 분석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스크린 도어의 경우, 지난해 11월 서울 지하철 한 역사에서 전동차가 도착했으나 센서 미작동으로 이용자들이 수동으로 문을 열고 내려야 했으며 지난달 13일 저녁에도 고장나면서 지하철 운행이 40분 가량 지연돼 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스크린 도어는 지하철이나 경전철 승강장 위에 선로와 격리되는 고정벽(스크린)과 가동문을 설치해 차량의 출입문과 연동해 개폐되는 승강장 안전 지원 시스템으로, 전동차가 고속으로 주행해 승강장에 진입할 때 발생되는 소음이나 오염물질 차단과 냉난방 연료절감으로 승강장 내 쾌적한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게 일차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일본, 프랑스, 미국 등 선도적으로 추진해 이용률이 높은 선진국의 경우 이미 20~30년 전부터 스크린 도어를 이와 같은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민간 위주가 아닌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에는 지난 1994년 한 업체의 제안으로 도입은 검토됐으나 지자체의 의식이 미미해 정체단계에 머물다가 이후 IMF 외환위기를 호되게 겪으면서 지하철 투신자살률이 급증하자, 앞서 소개한 일차적인 목적이 전도된 ‘투신 방지용’으로 스크린 도어 설치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이용자들의 자살로 인해 승무원들이 이에 대한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제2의 피해가 나오고 있다”며 “공사 입장에서는 스크린 도어 설치를 검토 안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스크린 도어의 본래 취지가 한국에 유입되면서 방음이나 미세먼지 차단용보다 자살 방지용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이는 전세계를 통틀어 유례없는 선례를 남기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내 스크린 도어는 지난 2004년 4월 28일 광주 지하철 도청, 금남로 역사에 최초 개통되면서 2005년 12월 31일 현재까지 서울 지하철 1~4호선에 9개 역사가 완료된 상태며 5~8호선에는 광화문, 군자, 왕십리, 우장산 역사가 오는 11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완료된 9개 역사를 포함, 총 17개 역사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할 계획이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민자유치 방식을 병행해 진행할 예정”임을 밝혔다.
향후 개통될 서울 지하철 9호선 37개 역사 부산 지하철 98개 역사도 이미 스크린 도어 설치공사가 들어갔으며, 지난해 건설교통부령 도시철도법 안전규정 개정으로 오는 2007년까지 안전펜스 또는 PSD 설치가 의무화됨에 따라, 각 경전철 및 오는 2008년 개통할 예정인 강남 모노레일(학여울역~신사역 사이 운행),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철도, 대전·대구·광주·인천 지하철 역사에도 스크린 도어가 설치될 예정이어서 향후 시장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또 건설교통부 철도안전종합계획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PSD 1백31개, 안전펜스 1백75개를 단계적으로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처럼 스크린 도어라는 시장의 ‘파이’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뒤에는 무분별한 공개입찰, 발주시 표준화된 시방서의 부재, 영세업체들의 기술력 부족과 가격 덤핑, 제품에 대한 낮은 인지력, 정부의 재정난으로 인한 책임 회피(민자유치) 등 각종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다.

현 발주체제, ‘밥그릇 싸움’ 부추켜
국내 스크린 도어 도입 초창기에는 영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페블리, 일본 나부코 등 해외 선진업체가 진입, 국내 업체와 기술제휴 형태로 손을 잡았으나 현재는 국내 업체들의 무분별한 난립으로 활동이 주춤한 상태다. 페블리 사는 대림아이앤에스와 부산 지하철 전 역사를 수주한 바 있으며 웨스팅하우스 사는 에이전트 방식으로 어렵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부코 사만이 현대엘리베이터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활발한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스크린 도어 관련 업체는 약 10여 개사로 현대엘리베이터를 선두로 동양에이앤아이, 피에스에스텍, 서윤산업 등이 지하철 공사의 공개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가 낙찰제로 진행되고 있어 스크린 도어 전문업체가 아닌 자동도어 업체, 폐기물 업체 등이 참가, 가격 덤핑의 문제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엘리베이터 PSD 사업부 남제현 부장은 “부산 지하철 공사의 경우 일부 기업에 국한해 입찰을 시도했으나 중소업체들이 형평성 문제를 들고 나와 이후부터의 입찰은 공개입찰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검증 안된 업체들이 최저가로 낙찰된 경우 기술력 부족과 제품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설치해 놓고도 가동되지 않는 역사가 생겨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포공항 역사에 설치된 스크린 도어는 도어 개폐의 작동이 안되고 있어 안전을 위한 제품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이처럼 가동되지 않는 제품이 속출하거나 영세업체의 도산으로 사후관리가 어려워질 경우 이는 결국 국민들의 혈세가 ‘밑 빠진 독에 물붓기’ 형국으로 치닫을 것으로 보인다. 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발주체제로는 가격 덤핑이 판칠 수 밖에 없으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 지불은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발주체제의 개선과 제대로 된 관련법규 적용, 발주의 시방서 표준 마련 등이 필요한 때”임을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기술력과 품질을 기준으로 한 발주제도를 도입·적용해야 할 것이며 스크린 도어 도입 초기의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 재정난을 빌미로 한 민자유치 방식을 병행해서는 안될 것이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초기에는 정부의 입찰방식으로 업체가 선정돼 설치됐으나 지난해 하반기 들어 민자유치로 전환, 업자가 무상으로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고 지하철역의 광고판권을 사들여 원가산정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당초 계획했던 취지가 빛을 바래고 있으며, 안전성보다는 광고 효과를 통한 수익 창출 여부가 설치역사 선정의 잣대가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사고다발역사였던 동작역, 일원역 등은 유동인구가 적어 업계에서 설치를 꺼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민자유치 사업은 정부에서 손실에 대한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안전사고 빈도수가 높은 역사부터 정부가 추천을 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 지하철에 설치된 스크린 도어는 전체 시장 규모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해당 업체에서는 ‘제 밥그릇 챙기기’보다 축적된 기술력을 토대로 이용자의 안전을 고려해야 할 시기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국내 스크린 도어 업체의 육성과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국내 스크린 도어 관련업체 소개 및 제품에 대해 설명한 것이다(가나다 순).■

(주)동양에이엔아이
“PSD의 국내 표준 될 터”…올해 50% 매출효과 기대
알루미늄 전문 엔지니어링 회사로 출발한 (주)동양에이엔아이(이하 동양)는 고속전철, 전동차, 경량전철 소재 가공과 선박 소재 및 AL 선체 제작 그리고 지하철 스크린 도어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스크린 도어 사업은 부산 지하철 입찰에 조달자입찰을 진행 중이며 서울시와 각 지방별 경전철 사업 등에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업기획팀 정영훈 팀장은 “현재 전체 매출의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나 올해 50% 정도의 매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 서울 지하철 우장산 역사에 설치 중이며 향후 5호선 광화문과 군자, 왕십리 역사에 오는 11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양의 스크린 도어는 각 유니트의 조립각 조정이 용이해 곡선 구간에서도 시공이 간편하고 오차를 최소화해 외관이 미려한 점이 특징이다.
또 메인 칼럼과 헤더박스 구조를 특수 보강함으로써 천정 상부 구조물을 별도로 시공하지 않아도 내풍압 270kgf/m을 견디는 견고성이 있으며, 1개 유니트 전체를 일체형 구조로 모듈 조립함으로써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또 다른 비상도어와는 달리 패닉바를 제고하고 발판식 잠금 장치를 사용하고 있어 매우 안정적이다. 지자체에서 예산이 부담된다면 밀폐형이나 반밀폐형의 난간형 대신 예산이 적게 들면서 승객보호만을 위한 난간형도 설치 가능하다.
정 팀장은 “국내 기술로 제작된 SI(System Integration)는 안전성과 유지보수성에서 최고의 제품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며 “국내 시장 선점 1위라는 목표를 가지고 ‘PSD의 국내 표준’이라는 슬로건 아래 제품을 개발·제작에 힘쓸 것”을 강조했다(문의 : (주)동양에이엔아이 / 전화. 043-731-4211).■

(주)피에스에스텍
스크린 도어, “삶의 질 향상의 매개체가 될 것”
스크린 도어 및 플랫폼 부착식 안전 발판 시스템 전문 업체 (주)피에스에스텍(대표이사 박우현, www.psstech.co.kr)은 지난 2001년 안전 발판을 개발해 신길역, 신도림역 등에 설치했다. 이후 2004년 스크린 도어 시스템 제작 설치업체로 선정되어 지난해 서울시 지하철 2호선 사당역, 교대역, 선릉역, 강남역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는 등 서울시 지하철 스크린 도어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다. 현재 합정역, 신도림역, 충무로역은 진행 중에 있다.
피에스에스텍의 스크린 도어는 시스템 자체는 해외 제품과 유사하지만 국내 자체 개발한 제품으로 통제실에서 제어반 및 데이터 등이 PC로 조작이 가능해 고객 요구에 맞춰 제품의 수정·변경이 용이하고, 유지보수 점검 시 상황에 맞게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점이 큰 특징이다.
피에스에스텍의 유광렬 이사는 “현재 국내 설치한 스크린 도어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 제품이지만 향후 지속적인 개발과 보완을 통해 국내 제품의 기술력을 입증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또 “그동안 지하철 승강장 안전사고는 국가에서 갖출 수 있는 시설 부재로 대부분 이용자 과실로 판정되어 왔다”며 “스크린 도어는 이용자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피에스에스텍은 향후 중국 북경시에 수출 모색을 계획하고 있다(문의 : (주)피에스에스텍 / 전화. 02-2164-8834).■

현대엘리베이터(주)
‘RAMS’로 신뢰성 향상…‘업계 1위’ 숨가쁜 행보
국내 최초로 스크린 도어 사업에 진출한 현대엘리베이터(주)(이하 현대)는 광주 지하철 1호선에 처음으로 설치한 후 서울 지하철 동묘앞역과 용두역 신설과 더불어 설치했으며 대구 지하철 2개 역사 개통을 완료했다.
현재 대전 지하철 2단계 공사와 인천국제공항철도 및 서울 2, 3, 4호선 등은 공사가 진행 중이며 서울 지하철 9호선 전 라인은 이달 중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등 국내 업계 1위를 지키기 위한 숨가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현대의 스크린 도어는 일본의 나부코 사와의 지속적인 기술제휴를 통해 품질을 향상하고 있으며, 타사와는 달리 신호, 통신, 전기, 토목, 건축 등 8개 분야와 인터페이스하고 있다. 지하철이 노이즈와 통신장애가 많은 곳임을 감안, 모든 시스템을 배선으로 행함으로써 에러율을 낮추고, RAMS(Reliability, Availability, Maintainability, Safety)로써 고객에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램스란 신뢰성, 효용성, 유지보수성, 안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공장시험·현장시험으로 신뢰도를, 보유 예비품 리스트 제출로 효용성을, 보수가 필요없는 부품과 자재 사용으로 유지보수성을, 시스템 설치와 설계과정에서 안전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 PSD 사업부 남제현 부장은 “현재 현대가 스크린 도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자사 내에서는 6~7%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기업 슬로건인 ‘최고의 이동효율을 창출하는 종합솔루션’을 내걸고 향후 15%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임을 밝혔다(문의 : 현대엘리베이터(주) PSD 사업부 / 전화. 02-3670-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