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기관간 팽배한 대립…업계 ‘등 터진다’
뿌리·기둥 무시한 정부의 정책…‘沙上樓閣’ 초래

최근 승강기는 업계 최초로 국정 감사를 받는 등 이제 승강기 관련 문제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 문제로 번진 상태다.
이에 지난달 23일 국회의사당 본원 국회의원실에서 열린우리당 서갑원 의원 주재로 승강기 안전관리 관련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10월에 진행됐던 국정감사시 제기됐던 승강기 안전관리와 관련된 문제점을 파악하고 입법을 통해 개선하기 위한 자리로 관리원, 기술원을 비롯한 검사기관과 승강기조합, 보수조합, 승강기협의회, 엘리베이터협회 등 승강기 단체가 대거 참석해 열띤 논쟁을 펼쳤다.
이날 논의된 주요 사항을 살펴보면 ▲승강기 보수부실에 의한 사고 증가 및 대처방안 ▲검사기관 일원화 문제 ▲새로운 전담기관 설치방안 ▲완성검사 등 기관별 분할방안 ▲미수검 승강기의 불법 운행 차단방안 ▲특별관리대상 승강기 및 취약 승강기 정밀안전진단 실시 방안 등 대부분 현재 승강기 업계에서 도마 위에 올라와 있는 사안들이다.
서갑원 의원은 “올 하반기 기표원에서 추진한다는 승강기 로드맵에 대한 반응이 없다”며 “이미 사회 문제로 번져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기에 입법을 통해 규정하겠다”고 못 박았다.
먼저 말문을 연 보수조합 황종식 이사장은 “국감에서 제기된 승강기 논란 중 승강기 보수 부실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설은 너무 터무니 없다”며 “관리원에서 제출한 내용을 살펴보면 승강기 사고 시 관리주체의 잘못이 70%를 차지한다고 규정하어 있지만, 실제 승강기 보수율은 16%에 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승강기 예방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돼야 하나, 보수업계의 건전한 육성을 통해 승강기 산업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정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YG사 이재군 사장은 “검사기관 일원화, 전담기관으로 통합 등 이러한 내용들은 해당 주무부처에서 좀 더 집중관리하며 검토한다면 충분하다고 본다”며 “지난 14년 동안 승강기 검사는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지금에 와서 전담기관을 논하는 것은 다시 업계 전체의 혼란을 야기시킬 것이다”고 검사기관 통합설에 난색을 표했다.
이하영 고문은 “입법시 등록하고자 하는 보수업체 실사문제에 대해서는 민간단체에서 협의 하에 등록 건수를 실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수조합으로 위임했으면 한다”며 “정부는 직접적인 관여보다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정화해 나갈 수 있는 분위기만 조성했으면 한다”고 보수조합의 입장을 대변했다.
기술원 송지태 이사장은 검사부실 의혹에 대해 “현 승관법을 보면 검사부실로 인한 사고시 검사기관 자격 박탈이라는 조항도 있다”며 “검사기관에서 부실 검사는 있을 수 없다. 이 같은 관리원의 주장은 ‘누워서 침 뱉기’임을 모르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
또 “승강기 안전에서 검사는 절대가 될 수 없다. 가장 최소한의 안전만 확인하는 것이 검사에서 차지하는 부분이다”며 “기표원, 사고위보다 조직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보수업체다. 향후 검사원 1명, 보수업자 1명이 동행 검사를 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승강기 전담기관 설립… ‘屋上屋’
이에 관리원의 유대운 원장은 “보수업계의 애로사항은 인정한다. 하지만 과당 경쟁 등을 조장하는 영세업체는 거르고 비중 있는 업체에 한해서 정부 보호 하에 비호받아야 한다”며 “관리원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기술 행정력 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업체의 대형화, 전문화가 밑받침돼야 한다”고 일축했다.
또한 승강기 단일화 및 전담기구 설치에 대해서는 “승강기 전담기관 설립은 옥상옥(屋上屋)으로 판단되어 관리원에서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사기관 다원화 체계로 까다로운 검사기관이 피해를 보는 것은 자명하다. 현재 검사물량이 관리원 39%, 기술원 60%에서 나타난 것 같이 검사 강화를 함께 선포한 기술원에서 조건부 합격 등의 남발로 이를 먼저 어겼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승강기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관리원에서 비롯됐다. 이는 시인한다”며 “단일화 기관을 원하지 않지만 지금과 같은 검사 체제는 국민들에 대해 이중부담되기 때문에 타개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승강기조합의 최종관 이사장은 “현 승강기 산업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승강기 제조 기술의 육성 방안이다”며 “국내는 제조 기반이 없다. 이 같은 상황에 검사기관 간의 싸움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고 지적하며 “승강기 검사물량은 한 기관에서 소화할 물량이 아니다. 일원화는 시기상조다”고 다원화 체제에 힘을 실었다.
엘리베이터협회의 최무종 전무는 “한국의 승강기 산업은 이미 소비 시장으로 전락해 중요 부품이 외국으로 유출되고 있다”며 “현재는 보수시장만 남은 상태다. 정부에서 뿌리와 기둥을 무시한 채 지붕만 수리한다면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 할 수 있다”며 올바른 정책을 당부했다.

“정책, 법…유명무실한 현 승강기 시장”
반면 승강기 비전문가로 자리를 찾은 소보원, 아파트연합회, 교수 등도 제3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의견을 표출했다.
아파트연합회 한상래 부회장은 “현재 국내 아파트는 점차 초고층화 되고 있으나 검사는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보수든 검사든 명확함이 사라진 지 오래다”면서 검사기관을 지적했으며, “보수 업체는 적정규모를 갖춰야 한다고 본다. 과당 경쟁의 피해를 이용자가 짊어져서는 안된다. 특히 완성검사 시에는 철두철미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수업계의 현 실태를 꼬집었다.
또한 “승강기 사고는 단 한건의 발생도 없는 0%를 목표로 해야 한다. 승강기는 노동부, 산자부 등 주무부처부터 단일화돼야 한다”며 “새로운 전담기구 보다는 있는 기관을 잘 관리해 적극 활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성대 최기흥 교수는 “정밀안전진단제도는 노후화 승강기에 대해 금액이 올라가더라도 행해져야 한다. 또 현재 미수검 승강기 운행 등으로 문제가 시급한데, 이는 지자체에서 관할하는 권한에 대해 중앙정부로 끌어와야 한다. 중앙에서 권위를 갖추고 있을 때 비로소 이러한 문제점 등을 일사천리에 해결할 수 있다. 단 이를 뒷받침할 만한 기관을 물색해야 할 것이다”고 건의했다. 또 보수문제 중 자체 점검에 대해서는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위험성 평가제도가 안성맞춤이다. 대신 소비주체도 일정량의 책임에 대해서는 감수해야 한다”며 “자체점검은 점검 횟수를 따지는 양보다는 질이 우선이다”고 내비쳤다.
검사기관에 대해서는 “검사시 가장 중요한 것은 완성검사다. 하지만 완성검사를 주도하는 제조업체에서 소비자 생각은 전혀 안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며 “다원화가 국제적인 추세임을 확실하지만 국내의 법은 승관법, 산안법 등 승강기에 대한 구분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며 “물량이 많기 때문에 다원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다원화 문제를 아우르는 일원화 역시 좋은 방법이다”고 입장 표명했다.
마지막으로 소보원의 황정선 박사는 “지난해 초 개정된 승관법은 유명무실하다. 충분히 시장의 상황을 파악해서 개정돼야 할 법이 현재 나몰라라 팽개쳐져 있다”며 “현 승강기 시장은 정책, 법 모두 유명무실하다”고 꼬집었다. 개선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업계 간 입장만 고수하는 이기주의 팽배가 가장 크다”며 “승강기 안전도 중요하지만 승강기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모티브 마련이 우선이다”고 밝혔다.
또 “승강기 사고에 대한 개념 정립도 확실해야 한다. 소비자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불편함은 사고로 간주해야 한다.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해 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할 것이다”고 당부했다.

“사고율 0% 승강기 안전국가 만든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서갑원 의원은 업계간 의견을 듣고 난 후  “승강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불거졌지만 승강기 관련 인사 그 어느 누구도 국회에 와서 건의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지금처럼 승강기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졌는데 막상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질 곳이 없는 상태다. 하물며 지금에 와서 법 개정 문제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 시점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느껴 시행하는 것이다. 국내 승강기 산업의 규모보다는 세계 1위의 승강기 안전국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고는 1%만 발생해도 위험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논의된 업계 의견을 최대한 공정하게 수렴해 법 개정 시 반영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는 승강기 산업 육성과 안전사고에 대한 방안 모색을 위한 자리임에도 편을 가른 검사기관 간의 팽배한 대립이 시종일관 국회의원실을 감쌌다.
한 중소업계 관계자는 “의견 개진을 위한 자리보다는 검사기관간 싸움의 들러리로 참석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인사는 “소위 국내 승강기 전문가들로 구성된 단체장들이 비전문가에게 업계 실태를 고발하는 것 같아 모양이 우스웠다”며 “지금이라도 스스로 각성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피력하기도.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설이 있다. 해당 단체에서는 승강기 산업 육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자성할 시기다.
■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