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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게재년월	2021-07

원자재 값 폭등에 승강기 업계도 가격인상 수순

철판·알루미늄·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폭 기록…연내 안정화 어려워

수주시 납품 기한 조정 및 원가연동제 계약조건으로 대비해야

올 들어 시작된 원자재 가격상승은 유례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인상폭을 기록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최근 철근부족 사태로 공사가 중지되는 현장이 발생하는 등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철과 비철금속 원자재 사용이 많은 승강기 업계 역시 원가상승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엔 대기업 비축분마저 고갈돼 승강기 가격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수개월간 철·구리 등 원자재의 가격은 거센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간 가격 등락이 적었던 철값마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산업 전반이 큰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지난 5월 6일 기준 톤당 201.88달러를 기록, 사상 최초로 톤당 200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237.57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뒤 다소 하락했으나 6월 8일 기준 209.5달러로 여전히 2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1년 전인 2020년 6월 8일(105.67달러)과 비교해 무려 98.26% 상승했다. 역대 최저가격인 38.3달러(2015년 12월 11일)와 비교해보면 5년여 만에 447%나 오른 셈이다.

구리 값 또한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5월 6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1만25달러를 기록하며 1만달러대를 넘어섰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6월 11일 기준 작년과 올해 비철금속 국제원자재시세는 구리 5,801.5달러→10,029달러(72.86% 증가), 알루미늄 1,582달러→2,490달러(57.39% 증가), 니켈 12,615달러→18,303달러(45.08% 증가)로 대폭 상승했다.

문제는 원재자 수급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하반기에도 원자재가격은 안정세를 찾기 힘들 것이란 점이다. 철과 비철금속 원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승강기 업계도 철판과 프레임, 주요 부품 등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애를 태우고 있다.

유례 없는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글로벌 경제회복에 따른 원자재 수요 급증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며 경제회복의 모멘텀이 마련됐고, 이에 따라 각종 기자재 및 인프라 구축 사업 등에서 사용량이 많은 철·구리 등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줄어든 생산량과 중국의 수급 조절 전략도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산업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철광석 최대 생산처 중 하나인 남미·호주 등 국가의 생산량이 급감한데다 중국의 탄소배출권 감소로 철근공장 10곳 중 4개가 폐쇄됐다. 국내 주요 수급처인 중국이 자국 수요 먼저 충족시키기 위해 물량을 싹쓸히 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가상승 압박에 승강기 가격 오른다…부품수급 문제로 공사에 차질 빚어진 사례도

원자재가격 폭등은 근 10년 간 변동이 거의 없던 엘리베이터 시장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제조사들은 원자재값이 크게 올라가면서 원가부담이 커졌고, 여기에 설치인력 부족까지 겹쳐 올해 초부터 승강기 계약현장에 대한 가격인상이 있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모델별 엘리베이터 설치가격은 최소 10~15%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승강기 대기업 관계자는 “그간 중국 현지와 직접거래로 중소업체에 비해 비교적 가격압박을 덜 받아왔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고돼 이에 따른 마진율을 조정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상 100%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에스컬레이터 제품군의 가격 상승폭은 더욱 크다. 한 승강기 설치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설치되는 한선리프트(Hanson Lift)사의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 제품은 원가상승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약 30% 가량 뛰었다.

이 관계자는 “납품기한을 맞추려면 요구하는 금액을 맞춰줘야 하는데, 너무 큰 인상폭으로 인해 일을 할수록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며 “발주처 역시 너무 큰 금액 인상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업체와 고객 모두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원자재 상승으로 인한 현장의 피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승강기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된 서울 시내의 한 공동주택 현장에서 공사가 마무리되고도 검사에 필요한 철관련 자재 수급이 어려워 제때 검사를 받지 못했고, 해당 업체는 공사 기한을 지키지 못해 입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다.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에서 승강기 교체가 진행되는 리모델링 현장 특성상, 제조사들은 신규설치 현장에 비해 최대한 빨리 공사를 끝내는 방향으로 현장을 컨트롤한다. 그러나 원자재 수급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은 일부 사례지만, 이런 경우처럼 현장에서 제때 물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일은 어느 현장이든 겪을수 있는 문제”라며 “원가 상승은 둘째치고, 중국에서 넘어오는 자재가 막히지 않아야 제때 납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웃돈을 얹어서라도 물량 확보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원가상승 압박에 마진 급감한 중소승강기 업계…대기업 부품협력사는 경영난 속출

승강기 업계에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은 중소제조기업이다. 자금 여력을 바탕으로 일찍이 원자재 비축분을 확보한 대기업과 달리 중기업체들은 높아진 원자재 가격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공급단가를 올릴 수 없다는 점도 큰 애로다.

한 중소 승강기 완성업체 대표는 “원자재 가격은 체감상 40% 이상 올랐다. 제품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에 40%에서 70%까지 올라간 상황”이라며 “자재비 인상분만큼 납품 단가를 인상하면 좋지만, 실상은 거래선 유지를 위해 납품기업이 손실을 홀로 감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승강기 부품업체들은 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엘리베이터 비상구출장치를 제작하는 한 부품사는 “직원들 월급도 겨우 줄만큼 상황이 어렵다”며 원가상승으로 인한 경영압박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기업 승강기 제조사 납품비중이 높은 이 업체는 리모델링 물량 증가로 납품건수 자체는 늘었지만, 마진은 오히려 더 줄었다.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 가격 경쟁구도 때문에 부품 가격을 쉽게 올릴 수도 없다.

반면 안전기어를 제작하는 모 부품업체 대표는 대기업 납품비중을 크게 줄이고 거래선을 다변화 한 덕분에 이번 원자재 폭등 사태에서도 큰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기업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 부품사는 원자재 인상으로 월 3억 원의 적자를 감내하는 곳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국엘리베이터협회(회장 김기영)는 이러한 중소기업들의 원가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가 관급수요에 원가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달계약시 원자재시세나 HS코드에 따른 원가를 분석해 이를 조달계약에 반영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관급 납품 중소제조기업이 손실분을 보존받을 수 있는 길은 일부 공기업·기관에서만 적용되고 있는 ‘에스컬레이션(escalation)’조항이 유일하다. 이 조항은‘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것으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을 위한 기준·산식 등 사항을 담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는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급격한 원자재값 상승에 대한 가격연동이 작동되도록 법제화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원가 상승 흐름을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코로나19, 인플레이션, 수요 폭증이 한꺼번에 몰려있어 원자재 가격 안정화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적극적인 중기보호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계약조건에 따라 체감 달라…원자재 시세에 따른 납품단가 연동 반영한 업체들은 큰 손실 없었다

대기업 부품협력사임에도 원자재시세에 따른 원가연동 계약을 맺은 업체들은 이번 파고를 비교적 조용히 지나는 중이다. 많은 비중은 아니지만, 일부 업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원자재시세에 따라 납품대금을 정산하는 연동형 계약을 해왔다.

특히 품질을 매우 중요시 하는 일본 제조사의 경우 대부분 납품계약을 글로벌 원자재시세에 맞춰 단가를 조정하는 원가연동형을 채택한다. 협력사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저품질 원자재를 사용하는 것을 차단하고, 품질이 보장된 재료를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미쓰비시엘리베이터 부품협력사 관계자는 “전선의 경우 구리가 많이 들어가는데, 최근 구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우리는 계약 자체가 국제원자재 가격에 따라 단가가 조정되기 때문에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해당 업체의 매출 비중 90%는 미쓰비시에 몰려 있다.

국내 승강기 대기업도 일부 협력사와 원가연동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과거 원자재 폭등 당시 경영 상 어려움을 겪었던 한 부품업체는 재계약 시 원자재 가격 연동형을 선택했다. 다만, 이 방식은 원재자 가격이 낮아지면 그만큼 납품단가도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해당 업체 대표는“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납품대금 책정과 이를 반영하는 주기 등 여러 기준들을 세팅하고 조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들었다”며 “그간 이 정도로 원가가 폭등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원가연동제에 크게 관심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대표는 “이번 홍역이 지나가면 대기업 협력사 대부분 원가연동제 적용을 고민하는 업체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