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9층 신축 건축물 피난전용 승강기 설치 권고
市 건축심의 때 기준 활용방침…사실상 의무화

지난달 10일 새벽 4시께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전기장판 과열로 화재가 발생해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이들 중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당시 화재가 발생하자 당시 아파트를 방문했던 40대 남성 2명이 승강기에 올랐다가 이 같은 변을 당한 점이다.
원인은 승강기 탑승 후 카 내부로 유입된 시커먼 연기와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이다. 이와 유사한 사고는 과거에도 발생한 바 있어 승강기 검사기관 등에서는 ‘건물 화재 시 승강기를 이용하지 말 것과 피난 시 반드시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왔다.
하지만 점차 고층화 되어가는 추세에서 계단으로만 대피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실제 화재 발생 시 승강기는 사람들이 대피하는 입장에서 쉽사리 유혹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존재이다.
이를 반영이나 한 듯 앞으로 서울지역에 건설되는 건축물 중 30∼49층은 화재 등 재난에 대비한 피난층과 피난용 승강기 설치가 사실상 의무화된다. 또 16∼29층은 건축물 외장재를 불연·난연 인증제품으로 사용하고 두 방향 이상의 피난경로를 확보해야 한다.
서울시는 고층 및 초고층 건축물의 화재 등 각종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초)고층 건축물 방재대책(가이드라인)을 마련,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대책은 기존 건축물에도 권고사항으로 적용된다.
단, 이번 대책은 강제사항이라기보다는 ‘가이드라인’으로 권고사항 수준이지만 서울시가 건축심의 때 이 기준을 활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실효성이 높다.
현재 고층 및 초고층 건축물 중 16∼49층은 방재대책의 ‘사각지대’다. 50층 이상이거나 높이 200m 이상은 이미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16∼49층 중 16∼29층과 30∼49층으로 나눠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이들 건물에는 공통적으로 대피공간에 비상해치를 설치하고 보일러, 실외기 등 일체의 설비 설치를 금지했다. 또 발코니 확장 시 연소확대 방지조치를 마련하도록 규정했다. 또 16∼29층 건축물은 외장재를 난연재, 준불연재, 불연재 등의 화재 예방성능이 높은 인증제품을 사용, 불연성능을 강화하고 두 방향 이상 피난경로를 마련토록 했다.
30∼49층 건축물은 16∼29층 건축물 방재대책에 덧붙여 피난층 및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하고 승강기도 피난용을 확보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이번 대책을 앞으로 해당 높이의 건축물에 대한 건축위원회 심의 때 초고층 건축물 가이드라인과 함께 적용할 방침이다. 나아가 국토해양부의 종합적인 건축물 방재 연구과제로 제안하고 화재 등 방재 단계별 학술용역도 추진키로 했다.

서울시내 기존 건축물 6,651동도 적용 권고
서울시는 이 대책을 기존 건축물에도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시내 16∼49층인 6천6백51동의 기존 건축물도 이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서울시 주택본부 건축기획과 관계자는 “그동안 초고층 건축물에만 피난층·피난안전구역 설치기준이 있어 16∼49층 규모의 고층 건축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준이 없었다”며 “이번에 마련한 방재대책을 법령 개정 전까지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기준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은 2009년 8월부터 시행 중인 초고층 가이드라인이 그대로 적용될 방침이다. 초고층 가이드라인은 건축물 설계 시 ‘테러 예방 및 안전관리 계획 기준’을 적용해 건축위원회 심의를 받도록 했다.
서울시는 초고층 건축물의 경우 부지 경계부터 건물 사이에 폭발물 등의 은닉이 불가능하도록 장애물이 없는 ‘클리어 존’(Clear Zone)을 두되 진입부에는 폭발물 적재차량의 건물 돌진과 충돌 방지를 위해 보호기둥이나 뿌리가 깊은 조경수 등으로 장애물을 구축하도록 규정했다.
또 차량 이용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직원·서비스 차량과 방문객 차량 출입구를 분리하고 진입로 입구에는 진입 통제장치를 설치하며 차량 진입속도를 제한할 수 있도록 도로 선형을 L자나 S자형 등 곡선으로 설계하도록 했다.
주출입구 외에 지하철역이나 지하주차장 등과 연결된 보행동선은 반드시 경비·안전요원 배치지점을 거쳐 내부로 이동하도록 계획하고 우편물 집수·분류실, 택배 접수창구, 하역실 등은 위험물의 무단반입을 통제할 수 있게 경비실 인근에 배치하도록 했다. 한편, 초고층 가이드라인은 방재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건물 내에 피난안전구역과 피난용 승강기 등을 설치하고 종합 방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며, 건물 총에너지 사용량의 3% 이상을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생산하도록 규정돼 있다.

글 _ 이재현 기자(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