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7천억 지원, 특화사업 전환 필요
게재년월 : 2004년 12월

전국적으로 1천6백8개의 재래시장이 대형 유통점과 온라인 쇼핑몰, 대형 전자상거래 시스템 등으로 고객을 빼앗겨 설 땅을 잃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고객층도 중년 이후의 주부나 노년층이 이용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또 재래시장은 지난 1998년 21조원에서 2003년 13조5천억원으로 매출액 감소로 급격한 상권 위축을 보였다. 그동안 대형점포 증가로 유통산업의 구조변화와 주차장 진입로 협소 등 재래시장 이용시 불편함을 가져왔다. 이는 소비자 구매형태 변화와 상인들의 혁신역량 부족이 가져온 결과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재래시장의 시장경기실사지수(MSI)는 기준치 100에서 50 이하를 밑도는 극심한 불황을 나타고 있다.
이처럼 지역 중소 유통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는 지난 10월 22일 ‘재래시장육성을위한특별법’을 공포, 향후 10년간 종합적·체계적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라 밝히고 지난달 19일에는 ‘재래시장 활성화 지원정책’을 토대로 세미나를 개최, 각 지역 상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발표된 ‘재래시장 활성화 지원정책’은 유통상업간 균형발전, 서민경제 안정, 지역경제 활성화를 바탕으로 정책기능 강화, 경영현대화 지원, 시설현대화 지원, 시장정비사업 촉진을 주요내용으로 다뤘다.
특히 내년부터 2009년까지 국비 7백억원을 지원해 경영의 현대화를 계획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김종국 사무관은 “그동안 대형 유통점은 경영자에 의해 체계적인 조직사업으로 관리하는데 반해 재래시장은 모조품 등의 판매로 통일된 개념을 유지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이같은 방침을 고안해냈다”고 설명했다.

지원한도 확대, 상인자부담 인하
이는 재래시장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 홈페이지 제작 등 상거래 현대화를 가져오고, 홍보·마케팅을 통해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재래시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또 가장 큰 문제였던 주차장 시설확충과 아케이드, 시설 개보수 등은 4년동안 6천3백억원을 지원해 시설현대화를 실현할 전망이다. 시장당 지원한도도 10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하고, 상인자 부담을 20%에서 10%로 인하하는 등 시설현대화 사업 실시 후 매출액 30% 이상의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이에 김 사무관은 “매출증대를 실질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재래시장 상권이 형성된다고 본다”고 덧붙혔다.
하지만 재래시장 활성화 대책이 전적으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법안 제 23, 24조에 명시돼 있는 용적률과 건폐율 특례가 과연 재래시장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주변 경관을 무시한 주상복합건물은 오히려 재래시장의 총체적인 매력을 상실케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중소 유통업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일본에서도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 및 건폐율 특례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특화 사업으로 전환 필요해
또 법안 제9조 1, 2항에서 임차상인의 보호를 명시하고 있으나 소유주 및 건설업자들로부터 개발밀도를 상승시켜 개발이익을 챙기는 행동을 유발할 시, 인상된 임대료가 임차상인들의 부담으로 전가돼 영세상인들 생계의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는 시장의 특화사업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예를 들어 서울 동대문은 밀리오레를 통해 젊음이 숨쉬는 문화장터, 청량리는 약시장 등을 육성, 큰 성과를 보고 있는 것을 착안해 활로를 찾을 필요가 있다.
고객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리모델링를 통한 시설 개·보수와 버스 정류장과 주차장 등 환경개선사업도 중요하지만, 정작 재래시장 육성의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상인의 협동적인 조직체계다.
선진국은 대규모 소매점포가 성장하면서 지역 상권이 위축되자 그에 따른 대처방안으로 중소 유통업을 조직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 1990년대 생겨나기 시작한 영국의 TCM(Town Centre Management)과 일본의 TMO(Town Management Organization)는 상인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건물소유주, 전문가, 지역주민은 물론 대규모 소매점 사업자도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재래시장을 활성화하는 목표가 단순히 해당 지역에서 상업활동을 하는 상인뿐만 아니라 재래시장을 포함한 지역 상권의 이해관계자와 협력함으로써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재래시장이 지역주민의 정취가 묻어있는 전통 상가로 서민경제와 지역경제 밑거름 역할을 해온 것을 망각하지 말고, 재래시장을 위한 특별법안이 ‘속빈 강정’이 되지 않도록 상인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열린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