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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구분	포커스
ㆍ게재년월	2015-09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의 80%, ‘넘어짐’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의 80%, ‘넘어짐’
불안정한 자세, 걷다가 미끄러진 경우가 대다수 차지
정부차원의 이용방법 규제보다 성숙된 문화가 더 중요
속도 조정 및 디딤판 안전기준 강화 등 제도 개선 시급

최근 중국 후베이성 징저우시의 백화점에서 세살난 아들을 안고 에스컬레이터를 탄 30대 여성이 에스컬레이터 디딤판이 빠지면서 빨려들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국민안전처는 지난 7월 30일부터 지난달 14일까지 전국 에스컬레이터를 대상으로 지자체 및 유지보수업체, 검사기관과 합동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중국 뿐만 아니라 국내 또한 최근 5년간(2010~2014) 총 8건의 에스컬레이터 사망사고가 발생해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사망사고의 대부분이 에스컬레이터 탑승 중 올라가거나 내려가던 중 중심을 잃고 넘어져 사망한 사고여서, 에스컬레이터 이용방법에 대한 주의 환기와 유관기관의 홍보 및 계도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국민안전처 승강기안전과는 지난달 27일 이마빌딩12층 중회의실에서 학회, 시민단체 및 승강기 업계 등 총 24개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에스컬레이터 안전이용문화 개선 합동토론회’를 열었다.
박종복 승강기안전과장은 “그동안 에스컬레이터 이용방법에 관해 한줄 또는 두줄 어느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 합리적 이용방법에 관한 종합적 의견을 수렴하고자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며 “오늘 논의된 결과와 이용방법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안전한 에스컬레이터 이용을 위한 제도개선 및 홍보방향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합리적인 에스컬레이터 이용방법에 대한 방안 도출을 위해 국민안전처와 학회, 제조업체 및 운영기관이 참여해 꾸려진 기술검토 TF가 검토한 결과가 발표됐다.
기술검토 TF는 지난 한달여 기간(7월 15일~8월 13일) 동안 운영기관, 제조사, 인증기관 및 검사기관 등 9개 기술담당자들이 모여 에스컬레이터 사고사례 분석 및 외국 동향 파악, 설문조사, 이론 및 실험을 통한 검토작업을 수행했다.
기술검토 TF가 에스컬레이터 사고사례를 분석한 결과,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60대 이상 여성이 불안정한 자세 또는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 부주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컬레이터 사고 취약계층, 60대 이상 여성
국내 승강기 설치대수는 2010년 424,302대, 2011년 446,707대, 2013년 471,403대, 2013년 496,450대, 2014년 526,676대, 2015년 6월 기준 54만756대로 평균 5.42%의 꾸준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2014년 기준 전체 승강기 설치대수 52만6,676대 중 에스컬레이터 설치대수는 2만7,886대로 전체의 5.3%에 이른다. 기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0년대 설치된 에스컬레이터(1만5,105대)가 54.2%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2010년 이후 최근까지 8,005대의 에스컬레이터가 설치·운행중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행거리별로는 20m 이내의 에스컬레이터가 전체의 84.1%(23,456대)를 차지했고, 판매 및 운수시설(76%, 21,187대)에 집중적으로 설치돼 다중이용시설에서 이용자들이 에스컬레이터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회사별로는 오티스 엘리베이터가 34.6%(9,654대)로 가장 많이 설치했고 현대엘리베이터(7,804대),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4,467대), 쉰들러 엘리베이터(2,034대), 기타(3927대) 순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전체 승강기 사고 517건 중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77%인 399건을 차지하며 원인별로는 ‘이용자 과실(94%, 376건)’이, 유형별로는 ‘넘어짐(80%, 315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넘어진 원인은 ‘불안정한 자세’가 151건으로 48%, ‘걷다가 미끄러진 경우’가 144건으로 46%를 차지했다. 특히 ‘불안정한 자세’에서는 ‘내측판에 기대 올라가던 중 넘어짐’과 ‘유모차와 함께 탑승하고 올라가던 중 넘어짐’이 포함돼 있어 에스컬레이터 탑승시 불안정한 자세로 올라가던 중 넘어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걸어가던 중 미끄러짐’ 사고 또한 ‘손잡이를 잡지 않고 걸어가던 중 중심을 잃고 넘어짐’ 사고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연령별 사고현황을 살펴보면, 다친 사람은 국내 인구의 19%를 차지하는 60세 이상의 연령대에서 49%가 발생해 30대에 비해 사고발생율이 5.3배 높고 10대에 비해 무려 1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0세 이상의 여성(36%)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는데 사고원인으로는 에스컬레이터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절적으로는 3~4월, 7~8월 및 12월에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검토 TF는 3~4월은 이용자 증가, 7~8월은 바닥 습기 그리고 12월은 동결이 그 원인인 것으로 추정했다.

걷거나 뛰는 충격량, ‘디딤판’이 대부분 흡수
그간 논란이 있어왔던 에스컬레이터 한줄서기 및 두줄서기 등 이용방법에 관해 국민안전처가 언론 및 기관(승안원, YTN, 천지일보), 지하철 운영기관(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등과 선호도 및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결과가 도출됐다.
승안원과 천지일보,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국민안전처와 동일하게 ‘두줄서기’를 선호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와 반대로 YTN과 서울메트로는 ‘한줄서기’를 더 선호하고 옳은 방법이라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반적으로 오른쪽은 서고 왼쪽은 걸어가도록 하는 방법이 높은 선호도를 보였으나, 두줄로 서서 이용하는 것이 안전에 적합하다는 의견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술검토 TF 한 위원은 “에스컬레이터 사고 및 고장 사례를 분석한 결과 한줄서기가 직접적인 고장의 원인이 된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며 “에스컬레이터 장애발생은 제어부, 손잡이부, 발판부, 체인부, 구동부 등으로 나타나고 있어 두줄서기가 고장발생을 감소시켰다는 근거 또한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에스컬레이터 탑승시 걷거나 뛰어갈 때 충격력은 더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승강기대학교 측은 “에스컬레이터 ‘서서 타기’의 충격력 배율을 ‘1’로 봤을때 ‘걸어가기’는 3.06, ‘뛰어가기’는 7.98로 충격량은 커지며, 여러 사람이 동시 이용할 경우 훨씬 더 크게 나타난다”면서 “에스컬레이터는 걷기에 불편하고 균형을 잃기 쉬워 뛰거나 걷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원 또한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뛸 때 그 충격은 디딤판에서 스텝체인, 스프로킷, 구동체인, 감속기로 전달된다”면서 “무부하시 디딤판의 진동값이 0.75라면 ‘핸드레일 잡기’ 1.09, ‘걷기 ‘6.17, ‘빠르게 걷기’ 22.27 등 디딤판 충격이 클수록 진동값은 커진다”고 말했다. 즉 에스컬레이터 이용방법에 따라 진동값의 변화가 뚜렷히 나타나며, 빠르게 걸으면 서서 가는 것보다 20배 진동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지하철 역사별 에스컬레이터 속도 조정해야
이용방법 뿐만 아니라 측정위치에 따라서도 진동값이 달라진다. 기술원 측은 “트러스(Truss, 0.3mm/s rms)나 구동기 출력측(0.3mm/s rms)에서의 진동값보다 디딤판에서의 진동값(19.8mm/s rms)이 66배 큰 것으로 도출됐다”며 “디딤판 충격으로 인한 이탈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해당 부품의 안전기준 강화 필요성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에스컬레이터 이용방법에 따른 충격력은 대부분 디딤판 하부의 체인, 롤러에서 흡수되고 전동기에는 일부만 전달되기 때문에 롤러 및 체인의 교체주기 단축으로 적절한 교체주기를 파악할 수 있는 점검이 필수적이다.
이외에도 기술검토 TF가 이날 발표한 주요 내용으로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노약자 사고예방 대책, 출퇴근 시간대 혼잡 완화방안, 에스컬레이터 발판 및 체인에 대한 안전기준 강화 방안 등이 검토됐다.
먼저 출퇴근 시간 혼잡 해소방안으로는 60대 이용이 적은 혼잡역사의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높이는 방안(0.4m/s→0.5m/s)이 제시됐다. 국민안전처는 에스컬레이터 속도 변경시 수시검사를 받아야 하나 예외기준 및 절차 보완을 통해 방안을 마련할 뜻을 전했다.
다음으로 에스컬레이터 제조·설치상 안전기준 강화이다. 지하철 역사의 에스컬레이터 역주행방지장치 설치를 오는 2018년까지 완료하는 한편, 에스컬레이터 체인(구동, 스텝) 안전율을 현행 5에서 8로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디딤판의 시험하중 또한 현행 120kg에서 145kg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함께 발표됐다.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에 가장 취약한 60대 이상 연령대에 대해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역사와 시간대에는 운행속도를 0.5ms에서 0.4ms로 늦추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는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간 전문가와 정책 수요자들이 참여하는 ‘제2차 국민안전 민관합동회의’에서 국토교통부가 교통·철도 안전대책의 일환으로 제안한 ‘사고 다발 이동편의시설(에스컬레이터, 계단) 집중 개선안’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이날 국토부는 노인 이용비율이 20%가 넘는 지하철 역사 즉, 청량리, 종로5가, 동대문, 독립문, 가락시장 등 16개역의 에스컬레이터 운행속도를 하향 조정(30m→25m)하고, 스텝필름 부착 등 안전친화형 디자인을 시범 적용하는 한편, 미끄럼 방지를 위해 미끄럼 방지용 마감재 성능기준을 마련하고, 내년까지 309개소를 대상으로 논슬립 설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안전처 최복수 생활안전정책관은 “정부 차원의 에스컬레이터 이용방법 캠페인보다는 이용자 간 성숙된 이용문화가 더 중요하다”며 “앞으로 안전손잡이 꼭 잡기, 걷거나 뛰지 않기, 노란 안전선 안에 탑승하기 등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행동수칙을 중점 홍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