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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게재년월	2012-12

‘차이나 인사이드’가 초래한 국내 승강기 산업 공동화

‘차이나 인사이드’가 초래한 국내 승강기 산업 공동화
중소제조업계가 뚫어야 할 활로는?

기고 : 한국승강기공학회 전해진 회장

국내 승강기 시장의 ‘차이나 인사이드(China Inside)’가 가속화되고 있다. ‘차이나 인사이드’란 최종제품에 사용되는 중국의 부품·소재·장비가 증가하는 현상으로, 중국 부품소재산업 경쟁력 상승이 이를 견인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5월 현재 핵심부품을 제외한 중국 중간재 사용 비중이 78%에 달하고 있다.
국내 승강기 시장은 더욱 심각하다. 이미 ‘차이나 인사이드’를 넘어 중국제 제품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국내 진입 이후 에스컬레이터는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으며, 승강기 또한 소모부품 등을 대량 채용하고 있다. 한국 무역통계에 따르면 2003년 430대(18백만불)였던 에스컬레이터 수입량은 2004년엔 1,000대를 넘어섰고 2011년엔 2,163대(62백만불)로 급증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2011년 에스컬레이터와 수평보행기(무빙워크)의 대중국 수입률은 약 98.5%. 이런 추세라면 우리는 이제 국내에서 승강기업을 지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승강기 수출입 물량에서는 수출입 모두 감소세를 띄고 있는데, 특히 수출부문이 2005년 122백만불, 2006년 156백만불, 2007년 190백만불, 2008년 235백만불, 2009년 239백만불로 늘어나다가 2010년 1/4로 줄어들면서 2000년대 초반의 물량을 유지하고 있다. 부품수출입량은 무역통계에 별도로 집계되지 않아 정확한 파악은 어려우나 오는 2020년 중국제 부품 수입률이 국내 수요량의 70%에 육박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다국적기업의 대부분은 생산기지를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한 상태이며, 협력부품업체 또한 점차 감소하고 있고 표준 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승강기를 제조하는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이미 늦은게 아니다! 새로운 미래 창출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승강기 산업의 공동화가 너무 빨리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제 부품의 부상과 다국적 기업의 생산기지 이전 등이 국내 승강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우선 연구 및 생산 감소로 인한 생산 연구인력 감소를 들 수 있다. 실제로 다국적 기업들이 잇따라 국내 생산 공장을 철수함에 따라 많은 기술 인력들이 소속 없이 자구책을 찾고 있는 현실이다. 이외에도 ▲중소 부품업체 생산 감소 및 공장 폐쇄 ▲부품공급과잉에 의한 가격 급락 ▲저가불량 부품 유입에 의한 안전성 및 경제적 손실 ▲사후관리 부실로 인한 고장대기 및 기업 신뢰성 저하 발생 ▲수입 승강기의 보수부품 단가 상승으로 인한 손실 등을 들 수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승강기 산업의 이동 속도를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고 산업공동화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길은 정부 단체 및 업계, 특히 중소 제조업체들이 이 같은 현실을 간과하지 말고 기업 간 공조체계를 구축하는 등 적극적인 활로를 찾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 제조업계와 수요자 중심으로 이에 대한 대응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거래 관행의 변화 필요 = 제품의 품질과 성능, 수명, A/S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가격으로만 결정하는 기존 관행의 변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레일을 수입 설치 후 휨 현상이 발생해 전량 폐기처분했다거나,저급 베어링을 사용한 TM 수입 후 베어링 파손에 의한 피해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발주사양 및 구매시방서를 작성하고 품질 성능을 고려한 가격을 비교해 중간검사 입고 검사를 실시하는 등 표준 구매절차를 준수해야 할 것이다. 또 공급자 생산 및 품질체계를 심사하고 견적심사 시 기술심사 후 가격을 비교하는 방향으로 거래관행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기업 간 공조체계 구축 및 생산체계 혁신 = 연구 및 엔지니어링 역량은 기업의 경쟁력이다. 제조기술이나 생산은 기업 경쟁력이 될 수 없으며, 이제 연구 개발, 엔지니어링, 마케팅이 경쟁력의 주요소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은 규모의 열세와 모방 제조 기술로 기업을 영위한 관계로 연구 및 설계에는 허약한 체질을 보인다. 국내 산업이 기술 혁신 체질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개별기업의 노력 뿐만 아니라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자세로 동종 간 협업이나 단체가 공동 대처해 새로운 미래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
■입찰·견적 시 LCC 분석 상용화 = LCC(생애비용, Life Cycle Cost)란 초기투자비용, 유지관리비용, 이용자비용, 사회·경제적 손실비용, 해체, 폐기비용 등 시설물의 생애 주기 동안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말한다. 현재 선진국 및 국토해양부가 실시하는 입찰시 LCC 분석을 상용화한다면, 제작 설치비는 낮으나 수명이 짧고 유지비가 많이 드는 저품질 제품을 공급하는 자가 수주 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최적의 경제적으로 설계한 제품을 제공하는 자가 수주하는 공정한 거래 풍토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단체 표준화에 의한 경쟁력 개선 = 무역 전쟁은 표준의 전쟁이다. 표준은 기업의 생사이며 국가나 단체의 흥망 을 좌우할 수 있다. 또 후발업체에게는 규제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국가나 단체가 표준을 통한 공동생산·규격생산 으로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표준 승강기와 비표준 승강기의 가격 차이는 약 30% 정도로, 표준 품을 생산해 30% 정도의 원가절감을 실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증제도 개선에 의한 제도 활성화 및 중소기업 신뢰성 제고 = 인증제도는 제품, 공정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공자가 정해진 기준이나 절차를 제대로 준수했는지 제3의 전문가가 평가 및 보증해 기업판로를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기존의 인증제도는 비용이 많이 들어 중소기업은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유럽이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인증방법을 채택해 적은 비용으로도 인증받을 수 있는 제도로 개선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이용 활성화를 촉진시켜야 한다.

■중소기업 중심의 발전 로드맵 작성이 필요한 때 = 정부 및 지방 자치단체는 현재 승강기 산업의 중소기업 지원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예산 지원이 특정 지방단체나 일부 단체의 임시방편적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산업 전체가 체질을 개선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중소 부품산업 중심의 발전 로드맵을 작성하고 이에 따른 지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개별기업이나 단체가 개별적 노력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범국가적으로 고민을 하고 함께 풀어야 과제이다. 이제 늦었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기 위해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