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 주차난 해법 없나

도시형 생활주택, 득인가? 실인가?
정부, 소형주택 공급책으로 각종 규제완화
상업지역 내 주차장 확보기준 120㎡당 1대꼴

지난 7월 도시형 생활주택 건립 가구수 규제를 300채 미만으로 완화하고 8.18대책에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확대됨에 따라 도시형 생활주택 건립이 더욱 활기를 띄고 있다. 또 부동산 개발업 등록의무를 30가구 미만으로 완화해 개인들도 29가구까지 부동산 개발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지을 수 있어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 주택건설공급과에 따르면 2009년 1,688채였던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 물량은 지난해 20,529채로 늘었고 올 상반기 인허가 물량은 이미 지난해 1년 치를 넘어선 수치를 보이고 있다(2011년 6월 30일 기준, [표 1] 참조).
지역별로는 광주가 327가구로 전월(140가구) 대비 133.6%로 가장 많이 늘었고, 울산이 205가구로 전월(110가구) 대비 86.4% 증가했다. 경상남도는 134가구로 전월에 비해 737.5%, 충청북도 또한 273가구로 658.3%가 각각 증가했다. [표 1]에서처럼 이제 도시형 생활주택은 서울 경기 수도권 지역뿐만 아니라 지방까지도 그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대형 건설사들도 도시형 생활주택에 눈독을 들이고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5개 리츠사도 도시형 생활주택에 1,308억원을 투자해 내년 상반기까지 1,160세대 규모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2010년 인허가 물량의 5.2%에 해당하는 규모로, 리츠 회사는 사업진행의 용이성, 빠른 자금회수와 작은 초기자금 등을 투자의 이유로 꼽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 리츠 등 관련 업계에서 도시형 생활주택 건립에 앞장서면서 지하철역이나 대중교통 여건이 잘 갖춰진 대학가 주변을 중심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이 우후죽순격으로 건설되고 있다. 대학가의 경우 학생들을 주요 수요자로 하는 만큼 최대 어려움으로 꼽는 주차난을 피할 수 있어 더욱 인기다.
지난 2009년 5월 4일 시행된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은 1~2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한 정부의 소형주택 확대 정책의 일환에서 시작됐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0년 222만4,000가구였던 1인 가구는 2005년 317만1,000가구, 2010년 414만2,100가구로, 5년마다 100만가구씩 급증하는 추세다(전국 기준, 군인 및 외국인 제외). 특히 서울지역 85만4,000가구를 비롯, 경기도 77만7,000가구로 전체의 25.4%를 차지할 정도로 밀집되어 있다. 향후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노인인구 및 이혼율 증가로 1~2인 가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 물량, 올해만 30,000채 육박
이에 정부는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일반주택과는 다른 규제완화책을 들고 나왔다. 2009년 8.23전세대책을 시작으로 진입도로기준, 면적제한, 사업계획요건 그리고 주차장 공급기준 등 각종 규제를 점차 완화했다.
정부가 계속적인 규제완화를 하면서 그토록 적극추진하고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은 뭘까? 2009년 2월 3일에 개정된 주택법에 근거하여 같은 해 5월 4일부터 시행된 도시형 생활주택은 늘어나는 1~2인가구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곳에 신속하고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각종 주택건설 기준과 부대시설 등 설치기준을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한 주택정책이다.
‘국토의 계획 및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도시지역에서만 건축할 수 있고 기반시설이 부족하여 난개발이 우려되는 비도시지역은 해당되지 않는다. 1세대당 주거 전용면적 85㎡ 이하인 국민주택 규모의 300세대 미만으로 구성된다.
단지형 주택은 세대당 주거 전용면적 85㎡ 이하인 주거 형태로 주거층은 4층 이하, 연면적은 660㎡ 이하로 건축하되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받으면 1개 층을 추가해 5층까지 건설가능하다. 원룸형은 세대별 주거 전용면적이 12㎡ 이상 50㎡ 이하인 주거형태로 세대를 지하층에 설치하는 것은 금지된다.
건축물의 용도는 공동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에 해당하지만, 주택법에서 규정한 감리대상에서 제외되고 분양가상한제도 적용받지 않으며, 어린이놀이터와 관리사무소 등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 외부소음과 배치, 조경 등의 건설기준도 적용받지 않는다.
이같은 특혜로 기존의 원룸 및 오피스텔 건물들이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인허가 물량도 급격히 증가추세다. 각종 규제완화 중 특히 주차장 공급기준 완화는 도시형 생활주택을 건설하려는 사업자에겐 큰 희소식이다. 그만큼 세대수를 늘리고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크게 원룸형, 기숙사형, 단지형 주택으로 나뉘는데 단지형 주택의 경우는 일반주택과 동일한 세대당 1대의 주차장 공급기준을 갖는다. 문제는 원룸형과 기숙사형의 주차장 공급기준이다.

 상업지역 내 120㎡당 1대꼴, 심각한 주차난 우려
이제까지의 주차장 공급기준 규제완화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09년 8.23 전세시장 안정대책에서 원룸형 주택의 경우 종전 세대당 0.2~0.5대에서 전용면적 60㎡당 1대, 기숙사형 주택의 경우 종전 세대당 0.1~0.3대에서 전용면적 65㎡당 1대로 완화됐다.
이후 동년 9월 상업·준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원룸형 주택은 전용면적 합계를 기준 60㎡당 1대에서 120㎡당 1대로, 기숙사형 주택은 전용면적 합계를 기준 65㎡당 1대에서 130㎡당 1대로, 주차장 완화구역에서는 연면적 200㎡당 1대로 완화됐다. 주차장 완화구역은 ▲철도·지하철역, 버스 정거장 주변으로 접근성이 양호한 지역 ▲학교 주변지역 ▲학원 밀집지역 ▲산업단지 주변지역 ▲공장밀집지역 ▲기타 접근성이 양호하여 주차수요가 낮은 지역 중 시장(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도 포함) 및 군수가 지정·고시하는 구역으로, 주차장 공급기준 규제가 더 많이 완화된 지역이다. 또 기존에 설치를 금지했던 기계식 주차장 또한 상업·준주거지역 내 주상복합 형태 원룸형 및 기숙사형 주택에서는 설치를 허용했다.
이후 2010년 7월 기숙사형 주택은 도시형 생활주택 분류에서 삭제되면서 일반주택과 주차장 확보율이 같은 단지형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건설물량이 많은 원룸형 주택에 대해 완화된 주차장 공급기준이 적용되면서 심각한 주차난을 야기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생을 실수요자로 한 대학가 인근 도시형 생활주택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실제로 대부분 자동차를 소유한 신혼부부나 노부부, 젊은 직장인 등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은 주차난이 필수가 되고 있다. 조금만 늦게 퇴근해도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야 하는 실정 때문에 지자체들도 매번 불법주차에 대한 특별점검이나 단속을 해야 하는 정도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에 따른 주차난 해결책 마련에 발벗고 나섰다. 실제로 지난달 경기도 내 31개 시장·군수 등은 “도시형 생활주택이 도심의 주차난을 초래하는 주범이 될 수 있다”며 국토해양부에 제도 폐지를 건의하기도 했고 부천시는 7월 도시형 생활주택에 대한 건축심의위원회 심의기준을 강화했다.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주차난 가중에 따른 주민들의 불편민원이 계속 제기되어 원칙적으로 기계식 주차장을 아예 불허키로 결정한 것. 불분명한 관리주체, 부실한 유지보수관리 등의 문제로 기계식 주차장 설치를 금하고 향후 주차장 공급기준을 더욱 강화키로 했다.
인천 남구 또한 도시형 생활주택 건립과 관련, 주차장 공급기준 강화를 위해 국토해양부에 권련규정 개정을 건의했다. 마찬가지로 남구 또한 도시형 생활주택 주차장 공급기준 완화로 구도심 주차난이 심해져 민원이 끊이지 않자 건의하게 된 것.
일부 지자체들이 주차장 강화 안건을 건의하는 것은 국토해양부 규정이 바뀌면 구 조례를 개정해 구청장이 건축심의를 할 때 건축주에게 주차장 확보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아직 국토해양부는 기존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주택건설공급과 김유진 사무관은 “업계 전문가들이 내놓은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1~2인 가구 증가에 대응해 독신자나 독거노인, 학생 등 주택수요에 대응한 다양한 주택유형의 보급이 필요하다”면서 “수요가 있는 곳에, 필요한 사람에게 소규모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주택건설기준이나 공급절차 등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자체들, 도시형 생활주택 주변 주차난 민원으로 골머리
이같은 정부의 입장은 주택산업연구원 이재형 연구원이 지난 3월 게재한 네이버 칼럼에도 잘 나타난다. 이재형 연구원은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차장 공급기준 완화에 대해 “도시형 생활주택의 실수요자층을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면 주차장 공급기준을 완화한다고 해서 꼭 주차난이 우려된다고 볼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근거로  ‘1인가구의 자동차 보유현황(2005년 인구주택총조사)’과 ‘1인가구 통근통행시 교통수단’ 보고서(서울시정개발연구원)를 제시했다.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지속적인 주차장 규제 완화로 도심의 슬럼화 및 심각한 주차난을 우려하지만, 통계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도시형 생활주택의 실수요자인 1~2인 가구 등 소규모 가구의 자동차 보유율이 높지 않고 주거선택에 있어 대중교통이 발달한 곳을 선호한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우려수준의 주차난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이재형 연구원이 제시한 1인가구의 자동차 보유현황(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비보유 가구가 81%를 차지하고 있어 1인 가구의 주차장 필요성이 그만큼 낮다는 점이다. 또 서울시 1인 가구는 통근 통행 시 교통수단으로 대부분 대중교통(51%)이나 도보(32%)로 이동한다는 점을 들어 일반가구에 비해 주차장 필요성이 낮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는 단지 통계에 따른 조사결과일 뿐이며 민원사례나 설문조사는 포함하지 않은 내용”임을 밝혔다.
김유진 사무관 또한 “도시형 생활주택의 공급확대와 조기정착을 위해 국토해양부 지침과 달리 운용되고 있는 일선 시군의 주차장 설치기준을 정비토록 요청한 바 있다”며 “그러나 도시형 생활주택을 건설 공급하는 부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나 개선방안이 있다면 별도의 제도개선도 요구할 예정”이라 밝혔다. 또 “주차장 공급기준이 지역별 일괄적용에 어려움이 있을수도 있으니 지자체 조례나 건축심의위 판단에 따를 수도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규제강화 및 공영주차장 확대 등 대안 마련
이에 서울을 제외한 지방도시들은 도시형 생활주택을 사업계획승인이 아닌 건축허가를 통해 진행하므로 많은 지자체들이 조례로 주차장 기준을 정해 주차장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자체별로 기존 주차장 조례에 따라 주차장 기준을 다시 강화한 곳도 많다. 부산시나 대구시는 상업지역 120당 1대의 공급기준이 아닌 1가구당 0.5대 기준에 따라야 한다. 성남시는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도 공동주택을 분류해 세대당 1대로 강화하고 자주식 주차장만 채용했다. 또 다른용도의 건축물과 도시형 생활주택을 같이 건축하면 출입구 분리, 커뮤니티 공간 확보, 자연환기 도입 등 주거생활에 지장없는 최소한의 부대시설 등도 갖추도록 했다.
안산시의 경우 ‘주차정비 10개년 계획’ 및 도시정비기금운용으로 주택밀집지역 주차장 확충에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쏟고 있는 상황이지만,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주차난 가중이 우려돼 신축수요 증가에 대비한 대안 마련에 전력투구중이다.
정부의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의 첫 취지는 긍정적이다. 다만 계속적인 규제완화로 해당지역의 심각한 주차난 발생과 지역 슬럼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 지자체들도 그대로 적용하다가는 도로의 주차장화가 되므로 현실적으로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근 공영주차장을 넓히거나 역세권에서 일정거리 내에서만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 인허가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규제강화가 필요한 때다.
지난 7월 규제가 또 완화되면서 29가구 이하 도시형 생활주택은 사업계획승인보다 인허가 절차가 간편한 건축허가를 얻어 지을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체 주차장’ 마련에도 방안책을 찾아내야 한다. 1~2인가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전월세 물량도 태부족한 현실 속에서 정부의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확대는 어찌보면 ‘맞춤형’ 정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 이론적인 잣대보다는 현실적인 시안으로 시급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정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