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검사원이 아닌 보수종사자"
현행 법안…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지향, 더 이상 안전 법안 불필요

지난 3월 25일 정부는 ‘승강기시설안전관리법(이하 승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이번 개정법률안은 승강기 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승강기 보수용부품의 의무적 제공 대상자를 확대해 승강기 보수업자 또는 승강기 보수업자로 구성된 조합이 승강기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에게 승강기 보수용부품의 제공을 요청할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2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승강기 보수업무의 일괄하도급을 제한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수업자가 승강기 관리주체로부터 동의를 받는 경우라 하더라도 총 도급금액의 100분의 50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하로만 다른 보수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다음으로 승강기 검사유효기관의 차등화이다. 이는 캐나다 검사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승강기의 사용연수, 중대한 사고 또는 고장의 발생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반적인 승강기는 1년, 상태가 좋은 경우 2년, 나쁜 경우에는 6개월에 한번 씩 검사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중소 승강기 보수업계에서 골치를 앓아왔던 대기업들에서 승강기에 잠금장치를 거는 행위를 차단했으며, 해당 기업에서는 보수업체 요청 시 비밀번호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이번 개정법률안에 주요 골자다.
이번 법안에 대해 보수업계 대부분은 반기는 추세지만 현대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3사 협력업체 2백여 개사가 주축이 되어 지난해 10월 발족한 한국승강기보수협회(협회장 서길수, 이하 보수협회)는 입장이 다르다.
특히 하도급 관련 부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보수협회는 이번 법개정안을 당사자인 보수협회의 의견을 개진하지 않은 처사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보수협회 서길수 회장과의 대담을 통해 이번 법개정안에 대한 보수협회의 입장과 보수시장 활성화 방안 등에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본지 기자와의 일문일답 내용.
    
최근 보수협회 근황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지난해 10월 창립총회 개최 이후 회원들의 결속을 위한 3사 소속사별 자체 모임인 정기회합 및 세미나 등을 통해 회원사들의 결속을 다져왔고 정부기관, 검사기관, 국회의원, 관련 단체 등을 방문해 현안 승안법 개정안 등의 불합리한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으며, 승강기 보수산업 발전방향에 대한 토의를 실시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이달 9일, 10일에는 회원사 임시총회 및 단합대회를 통해 보수협회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에 있습니다.

국내 승강기산업 중 유독 승강기 보수산업은 열악한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자체를 이렇게 몰고 간 데에는 업계 스스로 자초한 부분도 상당한데요. 승강기 보수산업의 발전을 위한 묘안이 있다면.
승강기산업 전체가 국제 경쟁력에서 뒤쳐지고 승강기의 설치업체나 보수업체들이 모두 열악한 형태로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현실은 승강기 보수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수립의 부족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승강기산업은 안전을 기반으로 한 수직운송설비인 승강기라는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반 산업과 마찬가지로 경쟁입찰, 업체난립 등으로 생존을 위한 저가수주가 성행해 업체간 과당 경쟁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국토해양부에서는 아파트 등 공동시설물에 대해 최저가 입찰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나친 최저가는 정부에서 실사를 통해 개선해야 할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부가 업계의 과당경쟁을 유도하고 부실을 조장하는 사안입니다.
지금이라도 보수수수료 보장, 최저가 입찰경쟁 배제 등을 통해 보수업체들의 수익이 우선 보장되어야 하며, 무분별한 보수업체의 난립을 막고 보수업체들을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정책 지원이 절실합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우선 보수용 부품 문제부터 해결돼야 합니다. 현행법에는 부품 요청 시 48시간 이내 제조업체는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되어 있으나 결국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보다는 자동차 용품점과 마찬가지로 각 지역별로 승강기 부품 자재센터를 운영해 부품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을 해소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점만 해결되어도 보수기술력은 자연스레 성장합니다.
흔히 승강기를 자동차와 비교하는데, 승강기산업은 자동차산업과 수준 자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합니다. 승강기산업이 자동차산업과 비교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또한 보수업자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현재 승강기 보수시장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습니다. 어느 덧 승강기 보수직종은 3D업종으로 분류되어 사람들의 기피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업무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탈리아에서 시행하고 있는 고장 시 인센티브 체계 등이 마련되는 것도 한 방법이라 사료됩니다. 현재 이탈리아 승강기 보수시장은 자정이 넘는 시간에 보수업자가 출동하게 되면 인센티브가 부과되는 등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나름대로의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국내에도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진다면 보수의 질이 한층 향상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밖에도 선진국과 같이 보수업체 관리를 보수 관련 단체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부분과 보수업체들의 보수 관련 기술교육을 강화하고 보수전문 기술자들도 안전검사원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합니다.
산업 중심이 아닌 안전만을 중시하는 정부가 모르는 것이 있는데 승강기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검사원이 아닌 보수종사자입니다. 정부가 이러한 점을 인식했으면 하는 것이 보수협회의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보수협회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부터 바로 잡기 위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할 예정입니다.

최근 승강기의 관련된 법령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승강기 보수용부품의 의무적 제공 대상자 확대 등처럼 보수산업 발전을 위한 법령도 있지만 이와 반대로 승강기 산업자체를 후퇴시킨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 승안법 발의에 대해 보수협회의 입장은?
최근 행안부 입법안이나 의원 입법안은 승강기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으로 승강기 제조업이나 보수업을 고려하지 않는 일부 편협된 주장에 따른 법안이라 생각합니다.
현행 법안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법안입니다. 더 이상 안전을 강화하는 법안보다는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법안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

여전히 승강기 하도급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특히 정부에서 승안법을 통해 승강기 보수업무의 일괄하도급을 제한하는 등 하도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입장 표명 부탁드립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보수 하도급 문제는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규제 강화보다는 논의를 통한 개선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특히 이번 승안법 내용 중 승강기 보수 하도급이 보수 부실을 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오히려 협력업체들은 협력사의 기술력까지 보유해 보다 안정된 기반을 구축으로 보수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협력업체라고 안전까지 뒤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게다가 총 도급금액의 100분의 50의 범위, 그것도 대수별로 제한하는 것은 도대체 어떠한 근거로 나온 기준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의 이러한 규제강화가 결국 승강기 보수시장의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는 걸 인지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보수협회는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에 대한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현재 보수협회는 비영리 단체로 등록해 활동하고 있으나 올해 홍보 및 대국민 안전 캠페인 등을 실시하는 등 승강기 단체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정부에서 인가된 단체로 거듭날 계획입니다.

올해 보수협회의 계획이 있다면.
우선은 보수업체들에게 불합리하게 제안된 법안에 대해 현실에 맞는 새로운 법안을 제시할 방침이며, 보수업체간 과열 경쟁보다는 적정보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또한 회원사가 우수보수업체가 되도록 관리 정보화 사업을 등 육성교육을 통해 보수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며, 승강기업계 및 단체들과의 협조를 보다 강화할 예정입니다.

글 _ 이재현 기자(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