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안전 일변도 정책 그만…승강기산업 육성·발전 시급
속도 105m/min 이하 승강기까지 중소기업간제한경쟁물품 지정돼야
주무부처 행정안전부 이관 난센스, 지식경제부로의 재이관 '당연지사'


장기적인 건설경기 침체와 국제금융 시장 불안으로 인해 국내 승강기업계는 새해가 밝았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밝지 못하다. 게다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국내 건설경기 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수주 금액은 지난해보다 4.5%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올해부터 공공기관 청사 건립공사 발주가 본격화된다는 점이지만 엘리베이터 특성상 당장 올 상반기는 고전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중소 승강기업계의 입장에서 더욱 그렇다. 현 중소 승강기업계는 내수시장 불안이 낳은 덤핑경쟁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게다가 경쟁력이 있던 중저가 제품도 중국 및 동남아 제품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중소 승강기업계에서는 지금이라도 장기적인 안목을 넓혀 기업의 기술투자를 유도하고, 기술 애로사항 및 사업지원 규모를 확대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승강기 안전 일변도 정책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토로하는 실정이다. 갖가지 인증, 검사 등의 항목을 늘려 업계의 숨통을 조여 오는 것도 부족해 최근에는 승강기 설계검사까지 추진할 예정에 있어 그 여파가 상당하다.
이에 대해 몇몇 업계 관계자는 중소 승강기업계의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승강기 단체로 화살을 돌리고 있어 자칫 중소 승강기업계간 내분으로 인한 와해가 우려되기도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한국승강기4단체장협의회 간사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G&P리프트의 김승호 대표와의 대담을 통해 국내 승강기산업의 현재와 앞으로의 정책방향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본지 기자와의 일문일답 내용.

2011년 엘리베이터 시장 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아무래도 좀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부동산 경기도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바닥을 쳤다고 분석하는 분들이 많고 요즈음 전세 값 폭등과 물량 부족으로 정부에서도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하지 않습니까? 당연히 다음 수순은 부동산 경기의 활성화일 테니 좀 나아지겠지요.
하지만 우리 업종 특성상 건축허가면적이 늘어나고 1년은 지나야 우리가 체감하게 되니까 올 하반기가 되면 좀 나아지겠지요. 또 철도, 지하철 등 공공기관의 이용자 편의 시설 확충과 노후설비의 교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아무래도 시장 상황은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LH, SH공사 등의 직접생산확인 물품의 구매 확충입니다. 엘리베이터 속도 90m/min 이하의 승강기 구매에서 신규·리모델링 물량 모두 중소기업간의 제한 경쟁 입찰로 정책이 바뀌었으니까요. 이 부분은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의 노력을 치하해야 되겠지요.

국내 엘리베이터 침체기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데요. 이에 대한 간사장님의 고견을 듣고자 합니다
전체 엘리베이터 시장보다는 우리 국내 토종기업들이 어렵다는 취지로 이해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고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리고 기술에서 밀리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단 규모를 키우는 것이 시급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개인의 회사는 대기업과 규모의 경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를 위한 타개책은 협동조합의 형태로 뭉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가격 경쟁력에서도, 제품의 신뢰도 측면에서도 긍정적이지 않겠습니까?
현재 일부 중소 5~6개 업체들이 모여 사업조합이란 이름으로 초기 단계의 공동구매, 공동 상표 등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초보 수준의 공동사업입니다.
이를 확대해 조합차원에서 부품을 표준화하고 제작도면을 표준화하고 설치 매뉴얼 등을 표준화해서 이를 바탕으로 완성제품의 품질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은 비용, 기술 등에 대해 지원받는 방법을 강구해야지요. 또 이를 통해 생산 원가를 줄여 가격 경쟁력도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국내 들어와 있는 다국적 기업의 회사경영 형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다국적 기업에서는 R&D는 물론 설계·생산까지 모두 아웃소싱화되어 있습니다. 이는 회사 경영에 투입되는 인건비, 설비비 등 고정비를 일절 가져가지 않겠다는 전략 아닙니까? A/S 행태도 우리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그분들 뭘 투자합니까? 그 분들은 영업과 재무만 직접 관리해요.
이번 한국승강기안전엑스포 박람회에서도 보았지만 중소기업 중에서 나만의 특화된 제품을 가진 회사들은 많습니다. 수익성이 나빠져 어려운 것은 맞지만 우리 중소기업 중 경쟁력있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부 업체들 때문에 성실하고, 경쟁력있는 기업들까지 매도당하지 않도록 직접생산확인제도 참여업체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대로 지난해 12월 국내 승강기 도입 1백주년을 맞아 한국승강기안전엑스포가 개최되었습니다. 전시회에 대해 하실 말씀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선 이번 행사에 대해 정부, 기관, 업계 등 관련 업종 모든 사람은 반성해야 합니다. 명색이 1백주년 기념행사인데 지난해 7월 추진단이 발족해 12월에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준비기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했습니다.
한 예로 2년 주기로 중국에서 개최되는 승강기박람회는 그해 전시회가 종료되자마자 차기 전시회 계획을 추진합니다. 참고로 내년 3월 중국 광저우시에서 개최 예정인 ‘세계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엑스포는 이미 부스 예약을 마친 상태입니다. 이는 세계적인 전시회라는 프레임도 있지만 정부가 승강기를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승강기안전엑스포는 어떠했습니까? 이는 주관부처에서 한국 승강기도입 1백주년 행사에 대해서 별 관심 없었다는 반증 아닙니까? 그리고 이번 행사에 우리 업계나 단체, 단체장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행사 전반에 걸쳐 위상이 어떠했는지를 자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승강기 1백주년이 누구 때문에 존재합니까? 주무부처입니까? 소비자 단체입니까? 검사 기관입니까? 인증기관입니까? 바로 업계입니다. 기본적인 레일도 TM도 없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해 지금에 이르는 승강기산업을 만든 것은 우리 업계이고 종사자들입니다. 하지만 우리 한국 승강기업계는 이번 행사에서 없었습니다.
대통령상을 비롯한 상은 1백주년 의미하고는 아무 관련 없는 무슨 단체에서 가져갔지요? 상을 탐해서가 아니라 우리 업계의 존재감이 이 정도인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더군요.
본인은 이번 전시회에서 100주년사업추진단 고문 자격으로 참여해 일본, 중국의 관련 단체, 업계 등과 접촉해 전시회 참관 및 참여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부탁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의 동경보수협동조합 이사장님을 비롯한 업계 대표 약 40명의 사장단과 중국엘리베이터협회 총괄부장을 비롯한 관련 인사가 이번 전시회를 참관하기 위해 내한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팔소매를 걷어 부친 것은 누구의 주최인가를 떠나 승강기업계 종사자로서 이번의 행사가 잘못되면 국제적인 망신은 물론 유관부처에서 우리 업계를 등한시하지 않을까 걱정되고 무엇보다 한국엘리베이터 업계 종사자 전부의 수치라고 생각해서입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참여 업체수에서도, 관람객 수에서도 첫 행사치고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간혹 이번 행사를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비교치는 무엇인지도요.
이 자리를 빌어 이번 행사를 주관/주체하느라 애쓰신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의 김남덕 원장님과 100주년사업추진단 단장이셨던 엄용기 단장님을 비롯해 수고한 직원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느덧 국내 승강기 도입 시기 1백년을 넘겼습니다. 과거 1백년을 놓고 봤을 때 향후 한국의 승강기시장, 안전문화의 풍토 등의 흐름은 어떠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또한 승강기산업 정책 방향에 대한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면
지난 1백년간 국내 승강기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지만 정작 산업을 위한 육성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산업 진흥을 위한 그 많은 법들과 자금들은 아쉽게도 승강기업계와는 딴 나라 얘기입니다.
현 국내 승강기시장은 산업은 없고 오로지 안전 정책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승강기산업 없는 승강기안전이 어떻게 존재합니까? 만드는 사람이 잘못 만드는데 보수 관리 잘하면 안전이 확보됩니까? 가장 근본적인 처방은 승강기산업의 육성·발전입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이용자의 안전은 따라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승강기 정책을 보면 산업육성을 제외한 안전 일변도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승강기가 마치 흉기인 듯 각종 인증, 검사 등의 항목수를 늘려 업계를 옥죄고 규제만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승강기 설계 검사까지 넘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설계 부실로 인한 중대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최근 3년간 2건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는 설계에 문제가 있어 설계검사를 하겠다는 발상은 곧 억지라는 점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의 이러한 업계 불신은 다국적기업이 아닌 중소 승강기업계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건설사에서는 속도 90m/min 이하의 승강기가 중소기업간제한경쟁물품으로 지정된 점을 우려해 7~8층 규모의 건물 시방서에도 속도 105m/min의 승강기를 명시해 고의적으로 중소기업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현 중소 승강기업계는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등을 통해 제품의 수준이 크게 개선되어 속도 120m/min 승강기는 대기업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진일보한 상태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시장 상황을 감안해 추후 속도 105m/min 이하의 승강기까지 중소기업간제한경쟁물품으로 지정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승강기 신규설치부문 세계 3위의 시장입니다. 비록 국토면적이 좁고 가용 토지는 한정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승강기시장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 시점은 안전만을 강조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세계 3위 시장을 지키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고 절실합니다. 이를 통해 수출판로를 개척하고 승강기산업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식경제부에서 행정안전부로 이관된 승강기 업무가 산업육성, 공산품의 안전관리가 주 업무인 지식경제부로 재이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 중소 승강기 유관단체(4개 단체)의 유명무실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이중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은 이달 신임 이사장이 선출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데요. 일부 업계에서는 이사장 교체와는 상관없이 앞으로도 유명무실한 단체가 될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소 승강기업계의 대변인 역할을 못하고 있는 승강기 유관단체의 방향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 것이 좋을까요?
최근 들어 승강기 관련 4단체 또는 단체장이 회원사 이익을 대변하는데 얼마나 적극적이었냐는 부분에서는 일부분 동의합니다.
회원사 전체의 의사를 대변하고 회원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합이나 협회 등 단체의 장은 유관기관이나 단체와 적정한 긴장관계도 유지할 필요가 있고 긴밀한 유대관계, 원활한 의사교환도 필요합니다.
단체장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괜한 아집으로 유관기관과 각을 세워 회원사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필요할 때는 일인 시위를 해서라도 회원사 전체의 이익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단체장이나 조합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단체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갖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좀 더 업계를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회원사가 힘을 보태주지 않는 집행부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조합이나 이사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꾸짖음보다는 조합이나 업계를 위한 나의 역할도 돌아봤으면 합니다.

올해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개인적으로 올해가 동양엘리베이터에서 엘리베이터를 시작한지 40년이 되는 해입니다. 또 올해 10월이면 만 60세에 이릅니다.
지금까지 우리 업계에서 이만큼 활동할 수 있었던 점은 업계의 선배, 동료, 후배님들의 배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받은 보답을 앞으로 보은하면서 살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우리 업계를 위해서 몇 가지 한 일이 있습니다. 지난 1998년 강남의 동아극장에서 속도 60m/min 승강기를 최상층·최하층 강제감속스위치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피트 깊이와 오버헤드 길이를 늘이지 않고 90m/min로 속도를 한 단계 높이는 일을 국내에서 최초로 시행했습니다. 지금은 보편화된 이일을 제가 만들었습니다.
또한 비투어, 야스카와 등 8백만원~1천만원 대에 이르는 해외의 고가 동기모터를 사용해야 했던 국내 동기모터 시장에 4백만원대 동기모터를 들여 국내업체에 공급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들이 엄두도 못 내던 에스컬레이터에 대해서도 중국에서 품질이 검증된 제품을 유입해 현재는 우리 업체들의 매출 증대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승강기4단체장협의회 간사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서 시도하던 시스템인증(임의인증) 48가지를 16가지로 축소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업계에 새로운 아이템을 제시하고 원가를 줄이고 품질을 향상시키는데 40년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승강기 업계를 위해 일조를 할 생각입니다. 이에 대한 첫 걸음으로 이번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선거에 출마할 생각입니다.

추가적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신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다들 자신을 한번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살아갑니다. 우리 업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이 해서 불륜이면 내가 해도 불륜이며, 내가 해서 애틋한 사랑이면 남이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판단의 잣대는 항상 같아야합니다.
본인은 소신이라 하는데 옆에서 보면 고집인 경우도 있습니다.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의 아집은 소속 단체나 업계 전체를 피해자로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체장이란 자리는 대내·외적으로 소속 단체와 회원사 모두를 대표합니다. 그래서 그 책임이 막중합니다. 우리는 그 분들이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우리가 가진 지혜를 보태드려야 합니다.


글 _ 이재현 기자(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