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 ‘묻지마’ 기업유치…업계 난색 표해

지난달 2일 양동인 거창군수, 이성일 한국승강기대학 총장과 승강기 기업인들과의 간담회가 개최됐다.

먼저 말문을 연 양동인 군수는 “현재 거창은 ‘세계 승강기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승강기 관련 기업체와 연구소, 정부 산하기관 유치를 위해 특별한 지원책 강구에 있다”며 “이에 대한 일환으로 지난해 12월에는 IT융합 엘리베이터를 생산할 중앙연구소와 생산공장을 설립키로 (주)엘토와 협약을 체결해 그 이행을 위해 절차를 추진 중에 있으며, 승강기밸리기업협의회(회장 음한욱, 이하 승기협)에서는 국내 20여 개 이상 업체를 집단으로 거창으로 이전, 한국형 중·저속 표준모델인 ‘거창승강기’ 브랜드를 개발·생산키 위해 군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한욱 회장은 “거창군에서 부지 매입비용에 대해 90%라는 파격 지원을 하고 있지만 올해 계약한 업체에 한해서 지원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80%, 그 다음은 70% 등 차등 지원되어 손해보는 기업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며 기업들의 조속한 계약을 촉구했다.

기업 유치를 위한 거창군의 지원 조건은 기업 전체가 이전할 시 10인 이상, 부분적으로 이전할 시에는 30인 이상일 때 지원금의 90%가 지원되며, 인원 미달 시 차등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재 대부분 기업에서 생각하는 것은 기업 전체의 이전보다는 2공장 내지 연구소 이전을 계획하고 있을텐데 30인 이상 되는 기업은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며 “거창군에서 계획하는 지원은 중소 승강기업계 입장에서 봤을 때 실질적으로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양 군수는 “사실상 알맹이를 제외한 빈껍데기만 들어오는 것은 거창승강기산업밸리조성사업과는 맞지 않는다. 많은 업체의 참여를 통해 분업 효과도 누리고, 원자재 회사들도 유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인원에 대해서는 승기협으로 안건을 제시한다면 수렴된 안건을 토대로 군 나름대로 자체 회의를 거쳐 추후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엘리베이터 기업만 유치해서는 곤란하다. 엘리베이터 사업에 관련된 원자재업체 등의 유치 계획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 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양 군수는 “거창승강기산업밸리조성사업이 브랜드화 되면 협력업체는 자동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만 유치되면 거창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은 승강기 위주의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거주문제에 대해서는 “경남도에 게스트하우스에 관한 건의 사항이 제출됐으며, 대학 앞에 부지도 확보해 지난달부터 택지지구가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민간기업에서는 명확한 수요만 있다면 집은 금방 짓는다. 하루 속히 승기협과 계약을 체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현재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기업 유치만을 추진하고 있는 거창군의 행보가 아쉽다고 했으며, 지원 역시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위주로 추진되는 점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겼다.

글 _ 이재현 기자(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