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좋지만…현실성은 '글쎄'
정부 측“승강기 산업의 중요성, 전문적·체계적으로 다뤄야”
업계 측“학교보다는 열악한 업계의 전반적인 대안이 급선무”

2010년 세계 최초의 승강기대학을 승강기 산업인력의 요람장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야심찬 승강기 산업밸리 조성 계획이 기지개를 펴기도 전에 업계의 된서리를 맞고 있다.
지난 8월 앞으로 거창 승강기산업밸리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할 학교법인인 한국승강기대학은 창립총회를 개최해 향후 연구·기술개발, 하이테크 엔지니어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춰 승강기 산업진흥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내달 중으로 교육과학기술부에 학교법인 인·허가 취득 및 대학설립 인·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이러한 단계를 거쳐 오는 2010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승강기 업계에서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측은 “현재 국내 엘리베이터 업계는 직업으로서 자부를 갖고 있을만한 여건이 안되며, 업계 역시 인재를 수용할만한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며 “현재 엘리베이터 10년 경력자도 연봉이 대기업 신입사원만도 못하다. 또한 현재 대기업은 구조조정 등으로 오히려 인재를 축소하는 마당이다. 이처럼 열악한 업계의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승강기대학은 현실성과 결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업계의 전반적인 대안인 임금문제, 기업환경 등의 개선이 급선무다. 2~3년 후면 부품업체들은 도산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정부는 이러한 업계의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다. 갑과 을의 정책이 뒤바뀐 정부의 정책에 한숨만 나온다”며 “현재는 기술개발·제품개발·차세대 승강기 등 신기술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학 졸업 후 현장 실무가 전혀없는 인력을 즉시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물류 등 산업단지 업계 참여도는 '미지수'
이에 정부 측은 “현 승강기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뤄야 하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곳은 전무한 실정이다”며 “이러한 엘리베이터 보급사업의 중요 포인트는 학교로부터 찾아야 한다. 이 사업은 따라가는 사업이 아닌 이끌어가야 하는 사업인 만큼 업계가 스스로 믿고 따라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내 승강기 보유대수에 비해 보수 인력은 현저하게 부족할 뿐 아니라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 이에 따른 보수부실사고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보수업 관계자들이 요구하는 검사 자율화 문제 역시 검사와 보수는 공존할 수 없는 사안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인력을 배출할 돌파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돌파구 역할을 하는 곳이 학교”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특히 매년 50~60여 명 정도의 인원을 모집하고 있는 검사기관에서는 인턴제라는 지극히 비효율적인 시스템 체제로 흐르고 있다. 이 문제 역시 전문적인 인력양성을 통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작 현재 1천여 명에 달하는 검사원들을 연구개발 및 시스템적으로 양산하는 방법이 필요하지만 그 고급인력들을 단순 반복적인 검사에만 올인하도록 만든 검사기관의 시스템 자체가 난센스”라며 “향후 전문적인 인력양성을 통해 검사원의 머릿 수는 채워질 지 몰라도  이 문제는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승강기산업밸리’라는 좋은 아이템을 선보였다. 이번 사업이 큰 성과를 이룬다면 한국 승강기사에 길이 남을 정책으로 남겠지만 업계 대다수에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산업단지의 조성을 위해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대적이지만 지리적 위치 요건에 따른 운송비 등 물류문제에 대해 정부의 대처와 업계의 관심이 쏠릴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단순히 보여주기식 성과 위주보다는 진정으로 업계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 지 들을 수 있는 귀를 여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며, 업계 역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절대적 비판보다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교차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글 : 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