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지하철 역사 시니어 승강기 안전지킴이 배치
지난 4년간 고령자 관련,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 71.6% 발생

올 초 최모(77세)씨 등 노인 4명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걷다가 잇따라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누군가 넘어지면서 연쇄적으로 쓰러져 다친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지하철 동두천역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어 올라가던 이모(89세)씨와 유모(61세)씨가 중심을 잃고 넘어져 허리 등을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10월 노인의 달을 맞아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65세 이상 ‘노인들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원장 이화석, 이하 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4년간(2005~2008년 8월31일까지) 접수된 전체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 1백9건 중 78건( 71.6%)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의 상당수는 노인계층으로 조사됐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최근 발표한 지난 4년간(2005 ~2008년 8.31일까지) 지하철 5~8호선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 1천3백8건 중 5백37건(41.4%)이 65세 이상 고령자로 집계됐다. 고령자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 중 대부분은 경사가 급한 에스컬레이터를 걸어가다가 발생하는 ‘전도사고’였다.
이처럼 노인들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져 발생하는 안전사고 비율이 높은 것은 일반사람들에 비해 신체기능이 떨어지는데다, 지난 10년 넘게 이용문화로 굳어진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 이용습관으로 인한 ‘걷는 문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관리원 이화석 원장은 “노인들의 경우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가 멈추거나 발을 헛딛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일반인들처럼 재빠르게 대처하기 힘들다”면서 “항상 손잡이를 잡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에 나와 있는 이용자 준수사항에도 ‘에스컬레이터 이용자는 핸드레일을 잡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관리원은 이달 1일부터 지하철 5~8호선 에스컬레이터 탑승구에 노인들로 구성된 ‘시니어 승강기 안전지킴이’를 배치했다. 우선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 발생빈도가 높은 5~8호선 내 고속터미널(7호선), 건대입구(7호선), 가산디지털단지(7호선), 까치산(5호선), 종로3가(5호선), 영등포구청역(5호선) 등 6개 역사에 배치돼 안전지팡이 역할을 하게 된다.
올해 8월까지 지하철 5~8호선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는 2백58건이며, 이중 1백14건(44.2%)은 고령자사고다. 특히 하루에도 수백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경우 걷거나 뛰다가 넘어지면 주변사람까지 피해를 줄 수 있어 ‘안전 지킴이’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시니어 승강기안전지킴이’는 △에스컬레이터 두 줄 이용 △핸드레일 잡고 타기 등을 지도하고, 음주 상태로 이용하거나 뛰는 등 안전사고에 우려가 있는 이용자들에게 올바른 이용방법을 전달하는 것이 주요임무다. 또한 몸이 불편한 고령자나 어린이의 안전한 이용을 지원하게 된다.
시니어 승강기안전지킴이는 일주일에 3일간 역사별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 발생빈도가 높은 시간대를 찾아 하루에 4시간동안 근무하게 되며, 일정한 급여도 받게 된다. 관리원 측은 이번 시니어 승강기안전지킴이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내년부터는 전국지하철로 대상을 확대, 노인일자리 창출에도 상당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업은 관리원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 취업지원센터가 공동 참여했다.
이화석 원장은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 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라는 것을 감안할 때 ‘시니어 승강기안전지킴이’ 배치로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는 등의 전도사고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승강기 안전지킴이’는 에스컬레이터 이용자가 걷지 않고 핸드레일을 잡도록 유도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관리원은 지난 1997년 한 시민단체의 주도로 시작된 이후 급속하게 확산된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지하철 역사를 중심으로 두 줄 서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실시해왔다. 한 줄 서기 캠페인은 바쁜 사람은 먼저가도록 한 줄을 비워두자는 좋은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이용자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예절만을 강조하다보니 각종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부작용만 낳았다. 이와 관련 관리원은 지난해 9월 서울도시철도공사를 비롯해 현재까지 전국 7개 지하철공사 모두 및 코엑스, 공항철도 등 다중이용 시설 관리주체와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두 줄 서기 홍보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은 큰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하철 승강기 안전사고는 전년도에 비해 5.4% 감소했다.
2007년 한 해 동안 에스컬레이터 안전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인천지하철 부평역사의 경우 안전사고가 63%나 줄었다. 2006년 16건이던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가 지난해에는 6건으로 10건이나 감소했다. 현재 인천지하철은 정기적으로 이용객을 대상으로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 지난해 9월부터 관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시작한 서울도시철도 5~8호선의 경우 지난해 9~12월에 안전사고 추세를 분석한 결과 안전사고가 월평균 3.2건(9%)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관원은 이번 시니어 승강기 안전지킴이 배치로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걷거나 뛰는 문화를 개선함과 동시에 노인들 안전사고 예방에도 상당부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 : 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