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 안정기조 유지…시장정상화‘이룬다’
가재는 게 편?, 건설업계 주택공급 환경 조성 초점
실효성 ‘글쎄?’, 시장반응 ‘싸늘’, 건설업 ‘우리도 억울’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달 2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 임태희 정책위의장, 최경환 수석 정조위원장, 김기현 제4정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를 열고,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인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지역별로는 다른 양상을 시현하고 있다. 수도권은 수급여건의 개선으로 그동안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재건축, 과천, 분당 등에서 지난해 이후 하락세에 접어든 반면 서울 강북, 인천, 경기북부 등은 개발호재 등으로 국지적 상승해 최근에는 안정세에 있는 추세다. 지방은 미분양 적체 등 수요 위축으로 침체 양상이 도드라지고 있다.

실효성‘글쎄?’,  시장반응‘싸늘’
전국적인 거래량을 보면 예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서울, 경기, 지방 광역시 등의 거래가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최근 4개월 연속 감소세에 있다. 특히 2008년 5월말 현재 전국 미분양 12.8만호 중 지방이 10.8만호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주택공급 상황 역시 좋지 않다. 금년 상반기 전국적으로 13.2만호(수도권 6.3만호, 지방 6.9만호)가 건설 인·허가되어 최근 5년 평균 대비 32.4% 감소했다. 게다가 부동산 관련규제, 경기침체, 금리 상승 등에 따른 수요 위축과 재건축 규제 등 공급부문 규제가 지속될 경우에는 당초 정부에서 추진했던 수도권 30만호 주택공급 달성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함께 거래위축 지속 등으로 부동산 경기둔화가 심화될 경우에는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선, 건설업체 경영난에 따른 신규주택 투자 위축으로 공급불안을 초래하고 있는 점이다. 이에 따라 2~3년 후 수급불균형에 따른 가격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또 거래위축에 따른 주거이전 제약 및 부동산 연관산업 침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건설경기의 비중을 고려할 경우, 건설경기 침체 시 전반적인 거시경제에 부담 작용 등이다. 이에 따라 이번 협의에서는 전반적인 안정기조를 유지하면서,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및 거래활성화를 통한 시장정상화를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 및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여건을 조성해 지역별 주택 수급균형을 통한 중장기 시장안정 도모하고, 실수요자 거래 활성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택수급 상황 등 시장여건이 상이한 수도권과 지방에 대해 수도권은 거래 활성화와 공급기반 강화, 지방은 미분양 해소 및 위축된 수요 일부를 보완하는 차별적인 접근을 시도할 계획이다. 또 중소 건설업계 경영애로 완화 등을 통해 위축된 건설경기를 보완함으로써 서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할 예정이다.
우선, 주택공급 기반을 강화한다. 이에 따른 방안으로 ▲재건축 절차 개선 ▲재건축 일반공급분에 대한 후분양 의무 폐지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폐지 ▲층수제한 완화 등 재건축 규제를 합리화할 방침이다. 그동안 과도한 중첩규제로 인해 재건축이 크게 위축되어 도심 내 공급확대에 애로를 겪은 데 기인한 것이다.
또한 주상복합 가산비 추가 인정 및 민간택지 가산비 인정 등 분양가 상한제를 대폭 개선할 방침이다. 기존 상한제 시행정책을 살펴보면 분양가 인하가 예상되지만 민간부문의 공급 위축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택지비와 건축비에 소요되는 실제 비용을 인정하는 등 상한제 운영을 합리화한다는 방침이다.
아파트 후분양제도도 보완된다. 현재 공공기관은 의무 후분양, 민간은 후분양 선택 시 공공택지 우선공급 방식으로 운영 중에 있다. 하지만 민간부문 공급위축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후분양에 따른 분양시기 지연 시 수급불안에 우려가 있으며,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분양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아파트는 ‘원칙적 후분양, 필요 시 선분양’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고, 민간아파트에 대해서는 후분양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는 공공택지 우선공급 방식 대신, 후분양 선택 시 저리의 주택기금 지원 등 자율선택(인센티브) 방식으로 변경한다.
이 밖에도 공급확대 기반 마련을 통해 수도권 내 공공택지의 안정적인 확보를 도모한다. 중장기적으로 수도권 30만호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경기상황에 따른 민간공급 위축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택지지구 개발을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신규 공공택지 개발도 병행한다는 것이다.

주택수요 확대 및 신규주택 거래 활성화
주택금융도 확대될 방침이다. 위축된 주택수요를 일부 보완하기 위해 30년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활성화해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의 주택구입 여력을 확충하고, 주택금융공사의 자본금을 확충해 30년 장기 보금자리론 공급여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자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도 현행보다 확대(10백만원 → 15백만원)해 30년 장기 주택담보대출 수요기반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을 완화한다. 최대 10년에 이르는 현 전매제한 기간은 장기간의 신규주택 거래규제로 인한 주택수요 감소, 신규아파트 거래량 감소로 인한 공급효과 반감 등으로 인해 개선요구가 많은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향후 신규 분양주택에 대해 전매제한 기간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완화하되, 시장영향을 감안해 권역별로 차등화할 예정이다.
특히 침체되어 있는 건설경기를 최대한 보완한다. 이를 위해 부동산 세제 합리화, 지방 미분양 아파트 환매조건부로 매입, 중소 건설업계의 경영애로 완화를 위한 노력 등이 추진된다.
먼저 부동산 세제 합리화에서는 주택건설사업자가 주택건설 목적으로 취득해 보유하는 토지에 대해 종부세 비과세를 추징하고, 주택신축판매업자가 건축해 소유한 미분양주택에 대한 종부세 비과세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한다. 또 시공사가 주택신축판매업자로부터 미분양주택을 대물변제로 받은 경우에도 5년간 종부세 비과세를 허용한다. 단, 주택신축판매업자의 보유기간은 제외된다.
1세대 2주택 양도세 중과배제 대상 저가주택 범위도 확대해 지방(비수도권) 도 지역에만 적용되는 3억원(공시가격) 이하 주택에 대한 2주택 중과배제 규정을 지방(비수도권) 광역시까지 확대 적용할 방침이며, 비수도권 지역에 대해 매입임대주택 사업 세제지원(양도세중과 배제 및 종부세 비과세) 요건을 완화한다.
다음으로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할 계획이다. 건설 중인 미분양 아파트를 현행 공공매입 가격 수준(최초 분양가의 70~75% 수준)에서 공공(주공, 대한주택보증 등)이 매입하되, 준공 이후 사업 시행자가 원할 경우에는 당초 공공 매입 가격에 공공의 자금조달 비용(수수료 수준의 일정수익 포함)이 보장되는 수준의 가격으로 환매받을 수 있는 옵션을 부여한다.
기존 사업 시행자가 환매받은 경우에는 당초 분양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일반에 재분양하는 조건을 부가한다. 현재 시행 중인 공공매입 프로그램도 준공 전 미분양까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중소 건설업계의 경영애로 완화를 위한 노력으로 건설경기 둔화상황을 고려, 계약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즉, 최저가낙찰제 확대(300→100억원 이상)를 내년으로 연기하고, 단품슬라이딩제 적용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중소 건설업체 입찰참가 및 수주기회 확대한다. 턴키·대안입찰 공사 탈락자에 대한 설계비 보상을 현실화하고, 초대형(천억원 이상) 국가공사는 공동수급체 구성원수를 확대해 지역업체 참여기회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발표한 ‘주택공급 기반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정책발표에 일부에서는 ‘건설업계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전매제한 완화와 분양가상한제·후분양제의 사실상 폐지 등은 분양가와 아파트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정책으로 실수요자보다 공급자인 건설업체를 우선순위에 둔 정책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의 경우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세력들로 하여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는 악재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1일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강남 재건축 단지가 부동산투기 광풍의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재건축에 관한 각종 규제를 풀겠다는 발상은 위험천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조합원 지위양도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 등의 보완 장치가 있다고 해도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을 차단하기는 역부족”이라며 “현재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를 폐지하는 것은 투기세력 등장으로 재건축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건설업계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침체와 금리인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공급 확대와 거래 활성화하겠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미분양을 70~75%에 매입해 원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재분양하면 기존 계약자들에 대한 보상은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생각이나 해봤는지 모르겠다”며 읍소했다. 또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량 미분양이 났다고 하더라도 25%~30% 가량 낮은 원가 이하로 넘겨야할 만큼 위태로운 사업장은 유동성 위기에 놓인 중소건설업체들 밖에 없을 것”이라며 “6.11대책에서 나온 지방 미분양 대책처럼 한 곳의 신청 사업장도 없는 ‘페이퍼 플랜’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론 이번 대책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공사 조기선정, 안전진단 절차 간소화를 통한 재건축(재개발) 사업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고 층수제한을 완화함으로써 도심공급 확대를 유인했다. 또 지방 소재 1세대 2주택 양도세 중과 배제 대상 저가주택 범위를 광역시 권역까지 3억원으로 확대해 지방 미분양주택 해소 및 거래활성화의 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책 특성 상 어느 한쪽에 편중되면 침몰하기 십상이다. 수박 겉핥기식 대책보다는 거래활성화, 집값 안정, 건설경기 부양이라는 큰 명제를 두고 세제, 금융규제, 거래 및 보유 규제 등이 종합적으로 개선되거나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 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